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조회 수 1873 추천 수 0 2004.06.04 16:05:00
달이 훤한 밤인데도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어둡기가 더하고 깊기가 더합니다.
운동장 건너 긴 돌의자에 앉아 학교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우주가 그 속에 다 든 것만 같다지요.
복도를 걷다 모둠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이 자던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앉았는데
그만 가슴이 싸아해집디다.
공동체 어른들은
물꼬 아이들이 비워준 자리에 잠시 다녀갈
계절자유학교 아이들 맞을 준비로,
또 사무실에선 밀린 서류들을 정리하고,
논밭에선 들일이 한창이고,
6월과 7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일하는 때에
한국화며 에어로빅이며 도예며 검도며 목공예며
짬짬이 할 예술활동에 힘 보태줄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두 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상범이 삼촌의 표현대로 저혼자 천지를 모르고 살다가
입학한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심통 사나워져있던 류옥하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어른들 일손을 돕고,
운동장 풀도 매고 사람들도 맞고,
방학연구과제를 고민하고 양말도 빨고 설거지도 하면서,
손이 가야할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76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50
6475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50
6474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1950
6473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48
6472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47
6471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1947
6470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45
6469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44
6468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1944
6467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43
6466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42
6465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37
6464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35
6463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31
6462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29
6461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28
6460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22
6459 2008. 3.14.쇠날. 갬 / 백두대간 6구간 가운데 '빼재~삼봉산' file 옥영경 2008-03-30 1920
6458 12월 14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20
6457 12월 12일 해날 찬 바람, 뿌연 하늘 옥영경 2004-12-17 191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