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 봤어요?”
“예뻤지요?”
“늑대소리도 들었어요.”
정말 늑대였을지도 모릅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기 전의 시간을
개와 늑대의 사이 시간이라 부른다던가요.
조릿대집에서 밤에 구워먹을 밤을 줍느라
저녁 먹은 아이들이 장대들고 밤나무 아래 섰던 때였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 사이를 스며듭니다.
그 스민만큼 길이 되어 혹은 영역이 되어
우리 삶을 끌거나 우리 삶의 토지를 성큼성큼 넓히고 있답니다.
“쇠날은 화려해요!”
남들 부담스러워하는 글쓰기도 즐기는 이 아이들이니
우리말 우리글이 있는 쇠날이 마냥 신이 납니다.
손풀기에서 겨우 연필 한자루도 하는, 색깔도 없는 그림도 즐기고
시를 분석하는 것도 재밌으라 하며
영어까지도 몸으로 놀고 있으니 어려울 게 없지요.
(가끔 좋은 사진기가 있었으면 싶지요.
너무나 장관인 아이들 모습을
오늘은 얼른 담아보자고 사진기 들고 갔더니
이런, 움직이질 않는 거예요.)
오후엔 세시간이나 흙으로 동물을 만들며 노는데,
흙이라고 함부로 쓰지 말자 하니
마지막 덩이까지 야물게 귀하게 쓰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모남순님이 저녁 밥상에 그물같은 무잎을 솎아와 내놓으셨는데,
우리 아이들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감동이었지요.
더 무얼 바란답니까.
대동놀이를 끝내고 조릿대집으로 돌아가서
밤을 구웠습니다.
아궁이 앞에서 구운 밤보다 더 맛있는 건
우리 아이들이 주고받는 생활이야기들이지요.
밤이 익고
밤이 깊어가고
깜빡깜빡 졸음이 넘어오는데,
아이들은 별보다 더 빛나는 빛을 발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