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해날 비, 서늘해집니다

조회 수 1347 추천 수 0 2004.09.17 09:23:00

아이들도 압니다, 다 압니다.
오늘 호숫가 나무아래 있을 때
가르치는 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더라지요.
공동체 식구 가운데 어른들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하더니
어느 샘을 들먹이며 너그럽지 못한 면을 평가하듯 꺼냅니다.
몇이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뭐, 애들 말이라고 다 곧이 들을 게 아니기도 하지만
저 모르게 무슨 일들이 있기라도 했나
나중에 사무실에서 잠시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게 되었는지.
물론 까닭이 없지야 않았지요.
저도 우리 어른들이
늘 부족한 부분 가운데 큰 것이 너그러움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우리 아이들도 어느 면에서 그리 느낀게 있다는 소리를 듣자
서늘해지는 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그들의 눈과 귀 앞에 우리를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며
나(우리 어른)부터도 사람으로 깎여가며 살겠노라고
이런 구조의 학교(아이들이랑 샘들이랑 스물네시간을 온전히 같이 돌리는)를
꾸리고 있는 물꼬입니다.
이 저녁, 또 한번 서늘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또 어찌 살 것인가를 깊이 그리고 뜨겁게 되묻습니다.
(요새 우리 어른들은 ‘너그러움’을 넓히고 있다지요)

채규가 하루재기를 기록하다가 연필 쥔 채 잠이 들어버렸어요.
다 쓰고 제 앞에 와서 함께 글을 고치고 있던 정근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더랬지요.
“귀엽지?”
“네.”
지눈에도 동생이 귀여웠겠지요.
“그런데 일어만나면...”
씨익 웃는 정근입니다.
곁에서도 피식 웃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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