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해날 비, 서늘해집니다

조회 수 1344 추천 수 0 2004.09.17 09:23:00

아이들도 압니다, 다 압니다.
오늘 호숫가 나무아래 있을 때
가르치는 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더라지요.
공동체 식구 가운데 어른들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하더니
어느 샘을 들먹이며 너그럽지 못한 면을 평가하듯 꺼냅니다.
몇이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뭐, 애들 말이라고 다 곧이 들을 게 아니기도 하지만
저 모르게 무슨 일들이 있기라도 했나
나중에 사무실에서 잠시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게 되었는지.
물론 까닭이 없지야 않았지요.
저도 우리 어른들이
늘 부족한 부분 가운데 큰 것이 너그러움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우리 아이들도 어느 면에서 그리 느낀게 있다는 소리를 듣자
서늘해지는 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그들의 눈과 귀 앞에 우리를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며
나(우리 어른)부터도 사람으로 깎여가며 살겠노라고
이런 구조의 학교(아이들이랑 샘들이랑 스물네시간을 온전히 같이 돌리는)를
꾸리고 있는 물꼬입니다.
이 저녁, 또 한번 서늘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또 어찌 살 것인가를 깊이 그리고 뜨겁게 되묻습니다.
(요새 우리 어른들은 ‘너그러움’을 넓히고 있다지요)

채규가 하루재기를 기록하다가 연필 쥔 채 잠이 들어버렸어요.
다 쓰고 제 앞에 와서 함께 글을 고치고 있던 정근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더랬지요.
“귀엽지?”
“네.”
지눈에도 동생이 귀여웠겠지요.
“그런데 일어만나면...”
씨익 웃는 정근입니다.
곁에서도 피식 웃는 아이들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74 4월 18일 해날, 소문내기 두 번째 옥영경 2004-04-28 1345
873 7월 8일, 새로운 후식 옥영경 2004-07-15 1345
872 7월 8일, 마루 앞에 나와 앉아 옥영경 2004-07-19 1345
» 9월 12일 해날 비, 서늘해집니다 옥영경 2004-09-17 1344
870 2008. 1.28-31.달-나무날 / 대전에서 요한이 오다 옥영경 2008-02-24 1345
869 2008. 6.18.물날. 비 옥영경 2008-07-06 1345
868 2010.11. 6.흙날. 맑음 / 가을 단식 엿새째 옥영경 2010-11-16 1345
867 9월 5-7일, 형길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346
866 2008. 1.23.물날. 싸락눈 옥영경 2008-02-20 1346
865 2009. 3. 7.흙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346
864 2010.12. 7.불날. 날 매워지다 옥영경 2010-12-27 1346
863 143 계자 사흗날, 2011. 1.11.불날. 한 밤 굵어진 눈 옥영경 2011-01-13 1346
862 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옥영경 2005-05-27 1347
861 7월 16일 흙날 꾸물꾸물 옥영경 2005-07-22 1347
860 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옥영경 2005-08-01 1347
859 105 계자 이틀째, 8월 2일 불날 계속 비 옥영경 2005-08-06 1347
858 115 계자 이튿날, 2007.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07-01-04 1347
857 2007.12.28.쇠날. 비 옥영경 2007-12-31 1347
856 126 계자 여는 날, 2008. 8. 3. 해날. 맑음 옥영경 2008-08-22 1347
855 어, 빠진 10월 26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4-10-30 13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