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봄날입니다.
하룻밤을 묵은 한 심리연구소 대표님을 떠밀듯 보내고,
마을 어르신들 몇과 읍내를 나갔습니다.
내일 어버이날 경로잔치를 위한 장보기.
부녀회장 역 한 거지요.
읍내 나간 걸음에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작정하고 당신 볼일들도 보시고.
날 참말 좋습디다.
부랴부랴 좇아 들어와 장을 갈랐지요.
적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소금물에서 메주 건져 으깨고, 으깨고, 으깨고.
묵은 장은 합치고,
새 장은 쟁여서 봉해놓고.
또 부랴부랴 수행모임.
밤, 물날수행모임이 있는 날.
오늘은 기공도 같이 했더랍니다.
요새 마당 건너 커다란 백합나무는 새 꽃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제가 키우는 것 아니라지만 아끼기로야 애지중지하는 난 못잖지요.
퇴계는 날마다 화분의 매실나무를 보며 격물을 실천했다 했습니다.
임종의 순간에도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겼다지요.
매화나무를 보기 위해 먼 길도 마다않고 달려갔고
귀향길에도 매화분을 따로 전해 받았다고.
그의 <매화시첩>만 해도 매화와 시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 흔적.
(인쇄 열이 식지 않은 신간 <선비가 사랑한 나무>강판권/한겨레출판)
격물! <대학>의 공부방법 하나. 어떤 사물에 이르러 직접 관찰하는.
‘격’이 이를 격이었던 것.
매실나무 잘 키우라는 퇴계의 유언은
그러니까 격물을 통해 성찰하며 살라는 당부로 해석.
책은 나무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 나무를 사랑했던 선비들의 철학을 살핍니다.
성삼문이 사랑한 배롱나무며...
또한, 책은 성리학의 실천방법 중 핵심개념으로 근시를 말합니다.
가까이서 생각한다!
나무를 가까이 두고 사랑했고, 나무를 통해 공부와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것.
무언가를 가꾸고 키우는 일이 그런 것이렸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