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땄습니다,
엊저녁 흙집 공사 건으로 건너와 곡차를 마신 영욱샘과 대식샘이
같이 아침을 맞고 건너간 뒤.
마을에서 가장 맛있다는 달골 묵정밭의 감나무.
다 따면 한 동은 된다는 양이지만
겨울에 오갈 이들이 먹을 만한 양만.
손이 닿지 못하기도 하고.
감을 땄습니다, 곶감 하려고.
안나푸르나를 가느라 11월을 비우면
이 일도 못하고 말지 하고 서둘러.
그찮아도 남겨진 일들 적잖을 것인데,
이것까지 일 삼아 못하지 하고.
감을 땄습니다.
하늘에서 건져 올리는 물고기 같이 감을 낚고 있었습니다.
그건 어린 날의 기억이기도 하고,
어릴 적 외할아버지는 감나무에 늘 올라가는 손녀를 위해
아예 널을 올려 집(말이 집이지 그냥 널판 둘 놓은)을 만들어주셨고
밥까지 올려주기도 하셨던,
거기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꽃도 보고 사람도 보고 달도 맞던,
그리고 지금은 산골 삶의 가을 일상인.
우리 삶의 대부분의 시간은 그렇게 과거와 바로 닿아, 뭐 당연한 말이겠습니다만,
그것들이 번번이 그렇게 불려나오는 거지요.
지금이 또한 내일 불려나갈 순간일 테고.
강희 엄마라 부르는 마을 할머니 달골 올라와
산밭 둘러보러 올라오셨다며 안부를 건네셨습니다.
얼마 전 낫으로 옥수수대를 베다 그만 손을 베
감고 다니시던 붕대를 이제 풀어 그 전말을 전하시며
볕에 나란히 앉아 마을 소식도 나누었지요.
한 달 네팔을 다녀와 바로 할 김장에 긴장하고 있자
“그거 아무것도 아녀. 이장 마누라랑 나랑 둘만 해도 다 혀.”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십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보일러도 손보는 날.
창고동 보일러가 ‘점검’이라 뜨고 있었는데,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환수밸브가 잠겼더라나요.
된장집 보일러 갈 때도 되었지요.
새고 있었습니다.
바꿔줍니다.
낡은 살림은 늘 겨울 앞에 이렇게 단도리를 요구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해결을 할 수 있으면 다행!
밤, 방문자 있어 늦은 저녁상을 차리고
함께 감을 깎고 걸었습니다.
이렇게 또 손이 보태지네요.
“나도 곶감 구경할 수 있나?”
그럼요, 그럼요, 아무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