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2.달날. 아침 눈발 선 하늘

조회 수 820 추천 수 0 2015.01.03 11:31:56


아침 바람 부는 산마을, 그리고 눈발 선 하늘에서 그예 날리는 눈.


날이 궂었는데요,

급히 도서관을 갈 일이 생겼지요.

버스에 올라야했는데, 저기 버스가 떠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뒷문이 열려 한 사람이 내민 손을 잡으며 올라타는데,

그만 장화가 벗겨졌지요.

그런데, 오른쪽 양말이 어디로 달아나고 맨발이었습니다.

어찌 어찌 버스를 타고 대학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그 대학 다닌다는 외국인 친구가 도서관 출입증이라며 내미는 게

그 왜 우리가 등산갈 때 쓰는 숟가락과 포크가 접혀지는 그거더란 말이지요.

희안하다며 갸우뚱거리는데 울리는 전화.

꿈이었던 거지요.

어머니 계신 남도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제게 장화의 시작은 그랬습니다.

수년도 더 전에 계절학교에서였나 빈들모임이었던가

물꼬에서 오카리나 공연과 배움이 있었고,

‘표주박통신’ 김조년 선생님이 춤명상 하는 이종희샘이랑 다녀가셨는데,

그때 장날 시장에 갔다가 빨간 장화 보며 이거 딱 옥선생 거다싶다며

선물로 사들고 오셨더랬지요.

여름이면 그걸 어데고 신고 다니며

풀도 많은 곳이니 신기 시작하고는 벗지를 못했는데,

그 재미로 겨울 털장화도 장만해서 눈밭을 신고 다니고

겨울에는 고무털신보다 목이 기니 더 따뜻해서 또 못 벗고

그렇게 아예 맞춤 신발이 된 장화.

서울이고 어디고 심지어 외출복에 아래는 누구 말마따나 옥영경 장화패션.

그렇게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들처럼 장화를 신었습니다.


전화 벨소리에 꿈에서 빠져나왔지요.

“(어머니가) 전화하지 말라캤는데요, 아가씨는 막내라...”

작은형수가 말을 잇지 못하고 어머니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오늘부터는 주말의 청계 준비에 마음을 모아야 하는데,

꼼짝 못하지 싶은 이번 주인데,

계자 즈음에는 집안에 초상이 있어도 못 간다 늘 하는 이야기인데,

어머니 병원에 실려 가셨다 했습니다.

에고...


지금이니 다행이다, 내일만 되어도 못 가지 하며

류옥하다는 조퇴를 시키고 실어서

그리고 기락샘은 기차를 타고 내려오라 하여 마산역에서 합류하여 병원으로.

막상 가니 그리 심각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올해는 파리다 아일랜드다 바르셀로나다 중국이다 그리고 네팔까지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게다 이번 김장에는 오시기를 만류하였던 터라

한참 만에 뵌 어머니.

불러 내리신 거다 싶기도 하였지요.

어쨌건 그리 얼굴 보니 마음 놓인.

그렇게 또 얼굴을 뵙는.

내일 수술 들어가신다 합니다.


올해는 애동지.

팥죽을 해먹지 않는다던.

“나야 그런 게 있나...”

그러시며 병원 가기 직전 해두었다는 팥죽을 실어옵니다.

그 와중에도 팥을 끓여 갈고 죽에 넣을 새알을 빚었을 울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들...


(그런데 아침저녁 만지는, 날마다 작업하는 USB 분실.

에고, 백업도 안 해놓았던.

놓친 물고기가 큰 법이지요,

방대한, 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방대하지 않을지라도 몇 개월 작업물이 다 날아간.

어디 갔는가... 의기소침해진 밤.)


야삼경도 지나 산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오래 기도하고 잠자리로 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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