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6일 물날 촉촉하게 내리는 비 >
물꼬가 그토록 염원하던 트럭이 왔습니다.
류옥하다 외가댁에 김경훈님과 가지러 다녀왔네요.
외가댁은 2만평이 넘는 큰 땅살림을 정리하시는데
수영장도 물이 다 빠져있고, 살림들이 널려있는 걸 보며,
'사람이 살았던 자리'에 대해 오래 생각했더랍니다.
수천 년 전의 삶도 그 흔적으로 엿보지 아니하더이까.
우리들 삶의 자리는 어찌 남을 것인가,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 양파껍질처럼 켜켜이 남을 테지요.
하기야 삶에 무얼 기대한단 말입니까,
다만 열심히, 즐거이 살 량입니다.
이 커다란 우주에서 티끌보다 작은 존재로 이곳에 온 그 의미가 무언지,
그래서 어찌 살까 하는 사유를 놓치지 말고.
아, 트럭 얘기를 하다 말았네요.
예, 노래 부르던 트럭 소망을 들으시고
어르신들이 싸악 수리해서
기꺼이 내놔주셨답니다.
당장 아쉬운 것 한두 가지 아닐 텐데도.
잘 쓰겠습니다.
"트럭만 있으면 나무 할 때..."
넘의 트럭만 지나면 안타까워하던 젊은 할아버지도 얼마나 좋아라 하시는지요.
트럭 오는 편에 커다란 항아리가 셋이나 딸려오고
아이들이 빠질 것 같던 개수대를 바꿀 설거지대도 실려 오고,
음료수를 넣어두는 냉장고도 오고,
컵살균기에 컵이며 냄비들까지,
게다 갓 뜯은 달래와 쑥까지,
그리고 반찬들 몇 가지도 함께 왔답니다.
오는 길에 할 요기로 김밥까지 싸주셨지요.
물꼬의 정말 큰 논두렁들이시랍니다.
저들끼리 꾸리는 물날,
스스로공부를 끝내고 비님 덕에 여유로왔다지요.
비오는 날 하기로 한 장구 치는 일까지 쉬었으니.
떡볶이와 오뎅(물꼬의 어린 개들) 훈련도 시키고,
신문도 만들고,
목공실에 드나들며 고전적 놀잇감들에도 다시 심취했더라나요.
김현덕님이 혜린에게 물으셨더랍니다.
"일도 안했는데 새참 먹어야 하나?"
"간식 먹어야지요."
"새참이든 간식이든 부엌에서 나가는 건 똑같은데..."
여하튼 간식 먹는 거랍니다.
일 안했으니 새참 달랠 수야 없었겠지요.
그럼요, 새참은 새참이고 간식은 간식인 게지요.
역시 부엌에서, 콩나물밥을 하셨다는데
아무래도 허전하다 싶으셨다나요.
옆에 있던 채은이한테 돌나물도 넣을까 하니 넣자더랍니다.
저들이 캔 거지요.
곁에 있던 냉이도 썰어넣자더래요.
애들이 푸지게 잘도 먹었다지요.
"하다 할머니댁에서 반찬도 한 아름 오고, 그런 것으로 부엌은 행복하고..."
그래요, 우리 이곳에서 사려는 게(살려는 게) 뭐 별 것 아니라니까요.
우린 다만 '적게'쓰면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우리들 밥상은 소박할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도 충분히 아주 추웅분히 행복한 게지요.
오늘 김현덕님이 그걸 다시 깨쳐주셨더이다, 공동체 어른모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