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어오셨던 김소장님, 학교아저씨와 산에 들어가셨다.

이 골짝 끝, 돌고개 끄트머리에 내려드렸다.

더덕을 캐고 내려왔다.

이틀 말미를 얻으신 줄 아는지라 하룻밤 더 묵으시라 했다.

또 언제 그 먼 길을 또 오시나,

안식년이라 하지만 오가는 걸음 여전히 잦은 이곳,

또 언제 이리 한갓지려나.

“머리 위쪽에서...”

학교아저씨는 달려가는 멧돼지에 깜짝 놀라셨다고.

그들도 놀래서 그랬을 테지, 사람이라고는 통 보지 못하는 곳이었을 터이니.

김소장님은 두릅나무를 잘라와 간장집 뒤란에 30주를 심어주시었다.

가까이 두고 잘 먹겠고나.


낮 1시 교육지원청에서 폐교 담당과 협의 건.

바닥이 가라앉은 흙집 보수공사 때문이다.

어떻게 그리 허공에다 건물을 놓았더란 말인가.

“저 기억하시겠어요?”

이름이 익더라니.

1996년 가을 물꼬가 대해리에 들어왔던 해,

말단 공무원이었다던 그는 돌고 돌아 다시 이곳으로 왔다.

반가움으로 정작 협의하려던 일보다 20년 동안 있었던 삶을 나누느라 더 바빴다.

“제가 굳이 산마을을 나와 여기까지 뵈러온 까닭이 있겠지요?”

“그렇겠지요...”

요새는 보수공사란 게 손만 대도 1천만 원이라고들.

물꼬로서는 도저히 여력이 없으니 같이 길을 찾아 주십사 한.

일이란 게 담당자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던가.

방법이 찾아졌고, 곧 현장을 다녀가기로 했다.

봄 학기 해결해야 할 가장 큰일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길이 열리다니.

하기야 일이란 돼 봐야 되는 줄.


낮 2시 읍내 한 서점에서 지역의 중견 진보운동가들을 만났고,


낮 4시 장례식장에도 들렀다.

마을 어르신 한 분 돌아가셨다.

물꼬를 예뻐라셨던 분이었다.

태어나는 아이는 없는데, 또 한 사람이 갔다.


네팔을 다녀온 트레킹기를 한 일간지에 연재하기로 어제 최종 결정했고,

지면을 어찌 할애하느냐를 놓고 논의가 있었다.

주 2회, 불날과 쇠날 마감을 하기로.

그러면 신문에는 물날과 해날 오전에 실린다고.

글 쓸 일이 늘었다고 물꼬 일이 주는 것도 아닌지라

너무 벅차지는 않으려나 슬쩍 염려가.

하지만 하기로 하면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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