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무날에 이어 제도학교 아이들의 봄학기 물꼬 나들이.

이번엔 고학년 아이들 스물다섯과 여러 샘들.

먼저 안내모임을 한 뒤 숨들을 돌리다 부르면 들어오라 하고,

그 사이 샘들한테 차를 내다.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의 젊은 교사들.

“방학 빼고 임금 빼고 교사로서 뭐가 좋아요?”

“그거 빼면 없는데...”

농으로 한 대답이지만

혹시 이 시대 정말 그거 빼면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이 없는 건 아닐까.


6학년들은 작년 가을에도 물꼬에 나들이를 했더랬다.

계속 지내는 게 아니니 또 새로워

다시 ‘물꼬 한 바퀴’, 처음 같다 했다.

뭔가 했으면 또 쉬어줘야지, 멕여야지.

아이들은 구석구석에서 자기 작업들을 하고

상이 차려지자 나타들 났다.

시간이 뭐가 이러냐,

이곳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하기야 그것만 그러한가)은 결코 같은 초침이 아니다.

달려가버린 시간은 아이들을 아쉽게 했고,

자유로워 좋아요, 이 학교 다니고 싶어요, 또 오고 싶어요 들을 연발하며 떠났다.


그런데, 종목이가 감나무 아래서 발이 못에 찔렸다,

운동화로 깊이.

어제 낡은 평상을 쪼갠 흔적.

잘 살핀다고 살폈으나 남은 게 있었던.

“얇은 운동화이거나 샌들도 있었는데

종목아, 네 신발이어야, 너여서 참말 다행이다!”

양말까지만 닿은 못이었다. 고마웠다. 큰일 날 뻔했다.

덕분에 주변을 더 살펴보게 되었다, 당장 주말에 아이들 뛰놀 것이니.


달골에선 점주샘과 휘령샘이 햇발동과 창고동 앞 보도블록 사이 풀을 매고 있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올라가 곁에서 같이 솔라등 몇 개를 고치고 현관 장을 청소하고.

샘들이 없었음 접고 갔을 일이다.

느지막히 낮밥을 먹고 오래 쉬었다.

잘 갈아놓은 날 같은 햇볕이었다.

정환샘이 들어왔다. 곧 연규샘도 왔다.

달골에 올라 아침뜨樂 오르는 계단 풀을 뽑고,

들머리 길을 고르거나 풀을 맸다.

형체를 잃은 ‘옴’자도 석회가루로 다시 그려 넣었다.


늦은 저녁을 물리고 일이 끝났냐면 어디 여기 일이, 게다 행사 앞두고 어디 그럴까.

밤이 싹둑 잘라먹어버리는 이곳 일들이라.

베갯잇은 이 밤에 빨아야 한다.

그래야 흙날 무사히 쓸.

부엌 곳간과 선반들도 닦고.

목공실에는 정환샘이 들어와

긴 의자를 만들기 위해 재단한 나무에 사포질을 했다.

긴 의자를 두 개씩 놓아 평상에 대신하기로.

달한샘이 준 구상이었다.

이왕 들어선 김에 청소도.

다른 일들에 밀려 다시 들어오기 쉽잖을 수도, 혹은 잊을 수도,

그래서 끝내 돌아보지 못하고 연어의 날이 시작돼버릴 수도.


아침뜨樂의 밥못으로 물을 한번에 퍼올리느라 흙탕물 나오던 달골,

묽어는 졌으나 여전히 흙탕이어 모두 아래서들 씻고 달골 올랐네.

“아, 등 달아봐야지!”

어제 전선을 연결한 등을 본관 앞 운동장 빨랫줄 따라 늘여 밝혔다.

곱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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