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나는 오늘 오래 서성인다

조회 수 870 추천 수 0 2003.03.06 12:37:00

정인아,
불러놓고 한참을 앉았다.
정인아,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는지...
정인아,
...
같이 뒹굴던 잔디밭이며
아파트 단지를 걸어들어가던 풍경이며
들꽃을 찾아 헤매던 일,
아, 그래 구룡산이었던가를 오르던 일이며
와글와글 참 많이도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며
몇 번의 계절이 우리를 스쳤던지...

너무 늦은 답장이 되었다.
개구리 모둠이 졸업하고도 몇 번 소식이 오갔구나.
그 때마다 나는 아마도 꼭 그렇게 글을 시작했던 듯하다.
야무진 정인이의 입가며 생각깊음이며를 기억한다,
단정하고 곱던 어머님을 기억한다,
갓 태어났던 동생을 기억한다,...
어느 더운 날 종로에서 한 행사에 가족이 왔댔다...

옛 방명록에서 네 글을 다시 읽는다.
중 3이 되었구나.
지원이랑 성희며 영희, 은정이들도 여전히 가까이들 사는구나.
우리들의 글집도 떠오른다.
그 때 나는 몹시도 속이 상했더랬다.
인쇄가 좋지 못해서. 특히 표지 때문에.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게 그린 그림인데
그걸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래도 너희들이 알찬 글이 그나마 위로였지.
영희 어머님도 정인이 어머님만큼이나 우리 모둠을 지지해주셨는데...
네게로 되돌아갔다던 편지도 궁금하네.

또 네 글을 읽는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선생님은 그대로겠죠."
그래, 무슨 일인들 없었겠느냐,
또 늘 옳기만 했겠느냐,
그렇지만 다시 똑바로 다시 똑바로 뜻을 세우고 실천하려했음은 한가지였나보다.
가끔 이렇게 잊은듯 있다 찾아드는 아이들의 소식이
다시 나를 자극하고,
순간 나의 숱한 어설픔과 잘못들을 되짚게 하고
다시 자신을 다듬게 했던 듯하다.

오늘 다시 읽는 네 글은
또 게으른 나를 후려친다.
잘 살아야지 한다.
너도 알 테지, 나 역시 절대 너를 잊지 않고 있으리란 걸.
또한 알 테지, 내가 얼마나 너를 자랑스러워 하는 지를.

또 연락하자.
여기도 자주 들어오렴.
영동으로 전화를 해줘도 좋겠다.
내가 한글을 쓸 수가 없는 곳에 있어서 자주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물꼬의 샘들 누구고 내가 되어 너를 맞을 것이다.
머잖아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 때 영동으로 온 가족이 나들이 와도 좋겠다.
학교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날,
그 잔치에서 만나도 참말 좋겠다.

앞으로도
그 때 우리들의 모둠 시간때만큼만,
혹은 지금의 그 생각, 마음만큼만 여전히 가질 수 있어도
너는 충분히 건강한 사람일 것이다.
그럼, 그리운 정인아, 안녕.

; 시카고에서 눈 지독히도 많이 내린 날, 옥영경

*글쎄, 내가 이글을 네 번째 시도한 것 아니겠냐.
며칠 전, 쓰다가 날아가버렸고
오늘도 버튼을 뭔가 잘못 눌렀나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고,
어젠가는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아서 못쓰고...
네게로 가는 길이 참으로 머네.
문득 그 길이가 그리움의 길이구나 싶더라.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3학년까지 모둠활동을 했었거든요, (이제 16)
┃엄마께서 제 동생도 모둠 활동을 할 수는 없나, 물어보라고 하시더군요ㆀ
┃강남구 개포동이요- 그때 저는 5명이서 개구리모둠 활동을 했었는데,
┃혹시 제 동생도 개포동에서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있다면 상세한 것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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