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열흘 남짓 남은 수능,

벗이고 동지이고 동료이고 제자인, 그리고 아들이고 딸인 수능을 앞둔 그대들에게.


대개 일곱 살 때부터 보았으니 꼭 13년의 시간! 재수를 한다면 물론 더 오랠.

그 적지 않은 날들에 한 사람의 성장사에 함께할 수 있었음을 뜨겁게 느꺼워한다.


애썼다, 아직 남은 날도 있고, 수시면접도 가야할 게고 정시도 있다만.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없는 이조차 쉽지 않았을 날들이었음을 아다마다.

돌아보니 그냥 지나간 날이 없었다, 어디 그대들이라고 다를까.

정녕 욕봤다!


2016년 11월 이즈음도 이런 글을 썼더랬다.

세월호로 어두웠던 그 지독한 시간 마냥 온통 뒤덮고 있는 우울한 소식들로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까 하는 군걱정 때문이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새끼일꾼들, 품앗이샘들, 논두렁들 몇과 통화한 수화기를 내려놓고

당장 시험이 머잖았던 아이들이 먼저 걱정스러웠던, 촛불이 온 거리를 밝히던 그때였다.


그리고 이어 그렇게 썼더랬고나.

흔들리지 않는 생이 어딨고, 비틀거리지 않는 시간이 어디 새삼스럽겠냐만,

수능까지 보름도 남지 않은 시간...

무수한 입체의 시간들로 짜진 사람살이,

그 사이라고 무슨 일인들 아니 일어나랴.

우리가 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일들이 얼마나 많더냐 말이다.

나라가 시끄럽다.

헌데, 세상은 늘 그래왔다, 다만 우리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았을 뿐.

세상이 어떠하고 시절이 어째도 ‘삶은 계속 된다!’.

지금은 그 자리를 지킬 때.

아무쪼록 굳건하시라.

그대 앞에 놓인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고 강건하게 나아가기로.


시험은, 단 하루뿐인 시험은, 혹 그간의 시간을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더라,

억울할 일이지만.

하지만 열심히 했다면, 그 애쓴 흔적들이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 만나는 삶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만나게 되더라.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기로!


엎드리고 또 엎드린다.

간절하게 구하고 또 구한다.

그저 기도로라도 힘을 보태나니.

자, 영차!


뱀발이겠다만,

그 어떤 결정, 상황, 결과 앞에서도 오직 그대를 지지하나니.

"누가 뭐래도 나는 네 편이다!"


그리고 덧붙여,

굳이 오늘 글 한 줄 쓰고자 했음은

시험을 끝내고 찾아오겠다던 소식들을 여럿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춘과 우수 지나 2월 끝물에 연락주렴.

2월 마지막 주말 즈음에 있을 새학년맞이 빈들모임에서 보아도 좋겠고,

날이 허락지 않는다면 따로 연락하고 들러도 좋으련.


만나서 더욱 아름다운 시절을 만들기로.

그대들이 잊고 있을 때도 물꼬는 그대들을 기억하노니,

그리운 그대들이라.


2018년 11월 4일 늦은 밤,

자유학교 물꼬의 이름으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3784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7243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5286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4784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4618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4322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4374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3258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1503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3716
863 150 계자 사진 올렸습니다. 덧붙여... 물꼬 2012-02-02 3308
862 2012 여름, 청소년 계절자유학교(7/21~22) file [2] 물꼬 2012-06-19 3300
861 빨간 신호등 3 - 우리 학교 안내하는 날 신상범 2003-11-01 3288
860 [3/10] 티베트민중봉기54주년기념추모문화제(조계사, 낮 1~5시) imagefile 물꼬 2013-03-03 3280
859 '밥 끊기'를 합니다 신상범 2004-02-10 3257
858 2016학년도, 그리고 2017학년도에 대해 물꼬 2016-01-13 3243
857 160 계자 사진, 그리고 두엇 물꼬 2015-08-17 3238
856 숨비소리-김정훈 대금독주회(5/13) 물꼬 2008-05-09 3213
855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3184
854 SBS 임성훈의 '생방송 세븐데이즈' 방송 물꼬 2006-05-20 3171
853 2005학년도 입학 과정 자유학교 물꼬 2004-06-06 3170
852 서울역에서 모이는 장소!! 자유학교물꼬 2004-07-25 3164
851 지금은 부재중 물꼬 2004-05-09 3163
850 서울역에서 계절학교 참여하시는 분들께 자유학교 물꼬 2004-07-13 3146
849 2004 영동봄길 - '깨금발로 오는 봄' 신청 안내 신상범 2004-02-18 3131
848 교육일정을 고쳤습니다! 신상범 2004-02-12 3130
847 2010 겨울, 계절 자유학교-소복하게 저물었다 가는 겨울 file 물꼬 2010-11-21 3109
846 2005년 여름, 백네 번째 계절 자유학교 자유학교 물꼬 2005-05-31 3109
845 147 계자(8/14-19) 사진도 올렸답니다 물꼬 2011-08-28 3106
844 출간 일정: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imagefile 물꼬 2020-05-10 307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