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73 추천 수 0 2003.05.15 20:27:00
4336. 5. 15. 나무날

오늘은 상촌 초등학교 체육대회 하는 날이자, 스승의 날!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애들이 가방도 없이, 체육복 바람으로 뛰어들어옵니다. 하얀 체육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이쁩니다. 여긴 청군, 백군이 아니라 석기봉, 삼도봉으로 나누어서 체육대회를 한답니다. 그러니까 애들 사는 지역을 둘로 나누어서 한 쪽은 삼도봉, 한 쪽은 석기봉. 주리는 자기가 속한 삼도봉이 졌다고 내내 입이 닷발은 튀어나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따라서 어머님들이 들어오시더라구요. 누구신가 했더니 차유 무연이와 상연이 어머님, 주리 어머님, 해림이 어머님이 애들 따라 들어오셨습니다.
애들이 자유학교를 너무 좋아한다는 얘기, 저러다 학교 안 가고 자유학교 다닌다 하면 어쩌냐는 얘기, 간식 먹은 거 맨날 와서 자랑하고, 오늘 뭐 먹었으니 저녁 안 먹어도 된다 했다 하고, 너무 고맙다고...
애들이 있어 저희도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지요.
주리는 어제 가서 집에서 어디서 바늘과 실을 꺼내더니 그걸 꿰려고 하다하다 한 되니 그냥 울더랍니다. 어머님이
"너 뭐 하냐, 그걸 왜 하려고 하냐?"
해도 뭐 할 게 있다면서 굳이 굳이 실을 끼려고 하더랍니다.
참, 스승의 날이라고 선물도 주셨습니다. 밭에서 일할 때 쓰시라고, 희정샘이랑 저가 쓸 모자! 그 꼭 서부영화 보면, 개척시대 때 남자, 여자들이 쓰던 갈색의 모자, 꼭 그 모자 닮았습니다. 여자들은 앞치마 두르고 쓰고, 남자들은 긴 장화에 총 옆에 차고 쓰던 카우보이 모자, 너무 재밌었습니다.
어머님들과 아이들과 같이 평상에서 부추전 해서 모과차에 같이 먹었지요. 애들은 부추전보다 그 사이사이에 있는 오징어를 더 불을 켜고 먹대요. 오징어가 맛있나 봅니다. 게 눈 감추듯 먹고 애들은 얼음땡 하러 가고 어머님들은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애들이 대개 일찍 왔습니다. 체육대회 끝나고 바로 와서 두 시쯤에 오더라구요. 일찍 오기도 하고 해서, 애들과 토끼장을 마저 만들자 했지요. 애들 무지 좋아합니다. 삽, 망치, 못, 톱, 철사, 이런 거 대개 좋아합니다. 문도 마저 만들고 여기저기 풀이나 꽃도 심어놓고 정리하니 그럴 듯 합니다. 그리고 토끼를 넣어줬지요. 어리둥절한 토끼, 그래도 1년 넘게 그렇게 갇혀 살다가, 넓은 데서 땅도 밟으니, 좋은가 봅니다. 풀쩍풀쩍 뛰더라구요. 풀도 많이 뜯어다 넣어 주고, 공부하러 방에 들어갔습니다.
내일은 또 학교 개교기념일이랍니다. 그래서 학교 안 간다 하네요. 근데 애들 걱정은 자유학교를 어떻게 올까가 걱정입니다. 통학버스로 늘 물꼬 왔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애들이 데리러 와 달라 하는데, 안 된다 했습니다. 왠지 정말 학원 차량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대신, 너희들이 학교를 찾아오라 했지요. 차를 타고 오든, 걸어서 오든, 아버지를 꼬셔서 차를 타고 오든... 그리고 헐목에서 한 30분 걸어올라 오는 느낌도 좋을 것 같고, 각자 마을에서 그렇게 학교를 찾아오는 느낌이 왠지 제가 더 설레더라구요.
내일은 애들이 오면 그냥 종일 놀 생각입니다. 애들도 놀려고 일찍 오려 하던데... 애들이 오면 숨박꼭질을 해 볼까 합니다. 갑자기 애들하고 숨박꼭질이 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도 불러도 안 가고 하던 그 숨박꼭질!

천유상

2003.05.16 00:00:00
*.155.246.137

토끼장이 완성되었다니. .기대되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22457
258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4] 신상범 2003-11-07 859
257 10월 27일 달날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0-29 859
256 10월 7일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0-08 859
255 논두렁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신상범 2003-10-07 859
254 명절 잘 보내세요 imagemovie [2] 함분자 2003-09-08 859
253 디디어 다썼다!!!!!^__________^γ [10] 기표샘 2003-08-19 859
252 [답글] 어이구, 오랜만이군요^^; 옥영경 2003-08-10 859
251 방과후공부 날적이 신상범 2003-07-04 859
250 방과후공부 날적이 신상범 2003-06-30 859
249 물꼬 여러분! 늘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 김수상 2003-06-27 859
248 꼭 갈꺼야!! 태정이 2003-06-26 859
247 미국의수영대회에서 상타다!!! [1] 이민수 2003-06-02 859
246 대해리 노래방으로 모십니다 옥영경 2003-04-04 859
245 상범샘 딱걸렸어+_+ [1] 수진-_- 2003-03-27 859
244 안녕들 하세여~~ [6] 미리에여^^ 2003-03-21 859
243 으아. [1] 운지. 2003-02-24 859
242 참~예쁩니다 *^^* [1] 재희 2003-02-17 859
241 궁금해요. 문미연 2003-01-14 859
240 Re..그래 며칠 안남았네... 김희정 2003-01-06 859
239 엄마가 못가게 함!! 민우비누 2002-11-23 85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