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14.달날. 맑음

조회 수 382 추천 수 0 2020.10.10 00:57:19


 

볕이 좋다. 가을이라.

저것을 가까이 느끼는 것도 이곳 삶의 선물일.

거친 산골살이라고 주어지는 보상이 헤아릴 수 없다 할 만하다.

빨래를 널었다.

학교도 그렇고 달골에도 만족스런 빨랫줄이 있다.

볕과 바람이 한껏 앉는.

 

어제도 멧돼지가 다녀갔다.

어제도는 퍽 자주 그들이 다녀간다는 말.

아침뜨락에 새로 심은 광나무 아래도 헤집고

옴자 가운데 아랫부분에 꽃처럼 심은 배추모종을 다 파놓았다.

처음엔 고라니의 행적인가 하였는데,

고라니들이라면 톡 톡 따 먹었을 배추.

헌데 이리저리 다 까뒤집어있었네.

대나무 수로에서 나와 남쪽 가장자리 휘돌아 나가는 물길에도

돌들을 마구 파헤치며 먹을거리를 찾은 흔적들이 여기저기.

뒤집힌 흙들을 고르고,

들머리 계단 풀들을 뽑았다.

 

학교로 내려와서는 본관 들머리 쪽에 있는 수돗가에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 하나를 했다.

내가 손가락질을 하자

멧돌과 돌확이 수돗물 아래로 계단처럼 이어져 물길을 만들었더라.

하얀샘이 한 일이었다.

마지막 흘러내리는 물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

수도에서 멧돌로 이어지는 물을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이을까,는 숙제.

수도꼭지로부터 대나무를 통해 물이 흐르도록 하고팠던 처음 생각을

지금 상황과 어떻게 이을까도 고민해본다.

 

녹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414 10월 17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279
5413 2011. 4. 6.물날. 맑음 옥영경 2011-04-15 1278
5412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옥영경 2008-10-28 1278
5411 2007. 3.13.불날. 맑음 옥영경 2007-03-28 1278
5410 2008. 4. 5.흙날. 맑음 옥영경 2008-04-20 1277
5409 2007. 4.17.불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77
5408 12월 27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277
5407 4월 몽당계자(130 계자) 닫는 날, 2009. 4.12.해날. 맑음 옥영경 2009-04-19 1276
5406 2007. 8.29.물날. 비 옥영경 2007-09-21 1276
5405 2005.11.24.나무날.맑음 / 샹들리에 옥영경 2005-11-25 1276
5404 2005.10.18.불날.안개 자욱한 아침 옥영경 2005-10-20 1276
5403 8월 30일 불날 빗방울 휘익 지나다 옥영경 2005-09-12 1276
5402 8월 20-22일, 이동철샘 풍물 나눔장 옥영경 2005-09-09 1276
5401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옥영경 2005-06-06 1276
5400 11월 9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1-22 1276
5399 2009.11.28.흙날. 날 푹하다 / 김장 이틀째 옥영경 2009-12-06 1275
5398 2008. 8.21.나무날. 종일 비 옥영경 2008-09-13 1275
5397 2008. 4.19.흙날. 맑음 옥영경 2008-05-11 1275
5396 2006.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75
5395 2006.4.14.쇠날. 맑음 옥영경 2006-04-15 12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