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76 추천 수 0 2003.04.21 23:07:00
4336. 4. 21. 달날

곳곳에서 펑! 펑! 폭죽이 터지듯
곳곳에서 펑! 펑! 싸움이 터집니다.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각자 학과공부를 하고 한데모임하러 모였습니다.
희정샘과 고민하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영어다.
과학 대신 영어를 하자, 라고 의견을 모았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나와 희정샘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너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다. 그래서 과학 대신 영어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돗때기 시장이 됩니다.
좋아요 실어요 영어해요 과학해요 씨끌벅쩍 와글와글 과학! 과학! 영어! 영어! 과학! 영어! 과학! 영어! 꽥꽥꽥....
이래선 얘기가 안 된다.
우리 뭐가 좋은지, 정말 우리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잘 생각해보자.
바라지도 않았지만, 결판이 난리 만무합니다.
과학과 영어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영어의 필요성을 말한다며 딴에는 예를 들었던 4학년 병윤이!
병윤이가 3학년 때 나오는 것도 모르고 어쩌고 저쩌고...
사실 다 마찬가지고, 전혀 영어 기초가 없음을 말하려던 거였는데, 이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병윤이 멋쩍어 하다가, 여기저기서 웃음도 좀 나오는데,
도화선을 건드리는 우리 3학년 대련이.
곧이어 서로 영어 실력을 다투는 대련이와 병윤이와 병윤이를 돕는 현수
병윤 : 학교가 뭔지 알아?
대련 : ...... 창문이 뭔지 알아?
병윤, 현수 : 윈도우! 문이 뭔지 알아?
대련 : ...... 학교가 뭐냐?
병윤, 현수 : 스쿨! 책상이 뭐야?
이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간신히 진정시키는 데, 정말 더 머리 아프게 하는 것은,
과학을 하든, 영어를 하든 아무려며나 상관없어
저쪽 키 재는 곳에 가서 키 재고 있는 상연이와 진수,
나 바로 옆에 앉아 그 사각지대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지우개와 색연필을 던지며 노는 대련이와 현수와 병윤, 그러다 또 싸우는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을 말리는 옆에 아이들,
샘 말씀 좀 듣자 소리쳐 더 시끄러운 다른 아이들...
말리고 꾸중하다 보면 꼭 걸리는 애만 걸리는 때가 있지요.
3학년 대련이도 4학년 병윤이도 5학년 현수도 같이 했는데,
꼭 병윤이만 야단치게 되던 그 때... 4학년 병윤이가 폭발했습니다.
"대련이가 자꾸 먼저 시비 걸고 말썽 피우는데 왜 차별해요!
형한테 자꾸 덤비는 데 왜 차별하냐구요!"
심한 욕도 함께, 소리를 지릅니다.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근데 그리고 병윤이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렇게 눈물 흘리며 얼굴 벌개져서 사력을 다해 말을 할까... 두 감정이 막 겹치데요.
물론 주위는 모두 얼어붙었지요.
저도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근데 그 이의 분을 먼저 가라앉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하다,
나는 차별하려 한 게 아닌데 너한테 그렇게 느껴졌다보다.
미안하다, 진심이다.
여전히 눈물 글썽이며 노려보는 병윤이...
저도 화를 가라앉히며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과학 말고 풍물이랑 바꿔요!
글쓰기랑 바꿔요!
삶가꾸기 때 해요!
애들 이제 자기가 싫은 거랑 바꾸자고 합니다.
정말 이럴 때 아이들의 민첩성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얘기는 많은 데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그 사이 병윤이는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우리 그러면 각자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잘 생각해보고
그 생각한 것들을 가지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
하고 나니, 공부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데모임을 마치려는 데, 또 사단이 났습니다.
3학년 대련이가 5학년 현수한테 공책을 집어 던졌습니다.
처음엔 참았던 현수가 못 참겠는지, 한데모임 끝나고 또 싸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또 싸우고...

공부는 30분 정도 잠깐 했습니다.
풍물도 치고, 과학실험도 하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 대련 선수는 강당 창문도 하나 간단히 깨먹었습니다.
전쟁을 치른 듯한 교실을 황급히 나와 차를 탔습니다.
진수와 대련이가 투닥투닥했는데, 진수 형인 현수가 또 대련이와 싸웁니다.
차 뒤에선 6학년 민근이와 2학년 상연이가 울고 불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맨 앞에 앉은 병윤이와 현수와 대토론이 있었습니다.
대련이한텐 같이 때려야 한다는 현수와 병윤이, 정말 핏대 세우며 말합니다.
정말 잘 생각해보자.
정말 그게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인지... 우린 같이 잘 지내길 원한다. 그렇게 같이 때리는 게 같이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건지...
말로 해도 안 돼요! 경고도 한 두 번이지....
저도 대련이가 좀 성실해졌으면 좋겠어요.
경고 말고 때리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도 잘 모른다. 근데 같이 때려주는 건 방법이 아닌 거 같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우리 같이 고민해 보자.
병윤이가 내리기 전에 병윤이 팔을 붙잡고,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말해선 안될 것 같다." 했지요.
잠시 생각하던 병윤이, 미안한 듯 웃으며
"네" 합니다.
복잡한 머리 속인데, 무연이와 민근이가 또 싸웁니다. 요며칠 둘의 싸움이 잦습니다.
민근이를 맹근이, 맹근이 하며 놀리는 무연이,
무연이를 쥐어박는 민근이...
"넌 누구 편이야?"
무연이가 동생 상연이한테 묻습니다.
"내 편이야, 맹근이 편이야, 해림이 편이야, 주리 편이야?"
(그 때 차 안에는 무연이, 상연이, 해림이, 주리, 민근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글세 나는.....으음.... 내 편이야"
"그럼 너 바보구나"
"내가 왜 바보야, 선생님 내 편이면, 음 누구 편이 아니면 바보에요?"
"무연이 너는 누구 편이야"
제가 무연이에게 물었습니다.
"전 제 편이지요."
"그럼 너도 바보겠네"
"아니에요... 으음... 근데 너 누구 편이야?"
아군을 만들려는 무연이의 집요함! 상연이에게 또 묻습니다.
"어... 나는 선생님 편이야."
허탈해진 무연이, 대뜸 말합니다.
"..... 음.. 저도 선생님 편이에요. 왜냐하면 맹근이 편은 아니니까요"
무연이와 민근이의 다툼이 계속 되는데,
근데 왠일인지 2학년 상연이가 지 형 무연이 편을 들지 않고 민근이 편을 듭니다.
"형도 그만해, 4학년이 6학년 형한테 덤비고 그래~~"
뭔가 형한테 감정이 있나 봅니다.^^

싸움으로 시작해서 싸움으로 끝난 것 같은 하루,
휴유, 생각이 많습니다. 내내 생각합니다.
이런 다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 어렸을 때를 생각합니다.
저도 삼형제의 둘째로 위로 형과, 아래로 동생과 엄청 싸웠습니다.
그때마다 엄청 아버지께 혼났지요. 정말 아팠습니다.
오죽했으면 아버지 안 계실 때, 싸우려고 했을 정도였지요.
물론 어머님이 꼭 일러바치셨지만...^^;;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그렇게 싸워도 잘 큰 걸로 봐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그때마다 따끔하게 매를 들면 어떨까, 생각도 들지요.
하지만 또한, 답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있음을 또 압니다.
아이들과 풀어가야겠지요.
참 더디고 지리하더라도...

운지.

2003.04.21 00:00:00
*.155.246.137

쌔앰. 그래서. 영어랑 과학중에 무엇을 배우기로 하셨어여?

신상범

2003.04.22 00:00:00
*.155.246.137

내일(오늘) 다시 얘기하지 했다니까...
너도 글을 띄엄띄엄 읽지?
글고 오늘은 얘기를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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