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17.물날. 맑음

조회 수 790 추천 수 0 2019.05.12 22:34:12


야삼경, 소쩍새가 울었다, 올해 첫울음이다,

달은 휘영청 하고.

오늘도 고되었네, 날마다 괭이질·호미질,

하루씩 걸러하자 어제 먹은 맘이더니

오늘 또 움직이고 마는 밭일이었다.

달골 창고동 뒤란 긁어놓은 마른 풀들을 태우고

바로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치 어둘 녘 달골을 내려가다.

물꼬 교육일정은 서서히 마련되고 있고,

대신 일상에 더 집중해서 보내는 봄날이다.

밭일을 이리 많이 한 봄이 없었더라니.

이제야 흙에 익는다 할까, 무늬만 농부였던.


한해를 넘게 비워두었던 살림을 구석구석 정비 중이라.

이웃마을 기사님 한 분이 자주 건너오신다.

오늘은 농사용전기에서 또 선 하나를 뽑아

가물 때를 위해 양수기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나니.

지붕으로 갈까, 땅으로 갈까 고민하다 역시 땅이 낫겠다 했다.

전선을 주름관에 넣어 땅에 묻다.


사이집 처마에 풍경을 달았네.

기표샘이 직장을 들어가고 첫 월급으로 사준 선물이다.

3월 말에도, 지난 인천 빈소에도,

보름 걸러 밥을 사고 서울 길 바라지를 했던 그였더랬다.

풍경 사진을 찍어 놓으니 사진에서도 눈이 아니라 귀가 열린다.

사진을 보는데 풍경소리가 들리는.


지금은 내 삶에 집중하는 시기, 죽음 앞에서(아,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이제 유서를 써야겠는.(이 역시 무슨 일 있는 게 아니고 삶에 순간순간 비장해지려는)

뜨겁게 오늘을 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2022.12.13.불날. 간밤 눈 내리고 꽁꽁 언 종일 옥영경 2023-01-06 305
6593 2022.12.27.불날. 맑음 / 떡국떡을 더한 감동 다섯 옥영경 2023-01-08 305
6592 2023. 1. 2.달날. 맑음 옥영경 2023-01-08 305
6591 2023. 1.24.불날. 싸락눈 내린 새벽 옥영경 2023-02-27 305
6590 2021. 5.10.달날. 비 옥영경 2021-06-14 306
6589 2022.11.30.물날. 맑음 / 온실돔 3차 작업 옥영경 2022-12-24 306
6588 2021. 5.15.흙날. 갬 옥영경 2021-06-18 307
6587 2022. 8.23.불날. 비 옥영경 2022-09-07 307
6586 2022.12.17.흙날. 펑펑 내리는 눈 옥영경 2023-01-06 307
6585 2023. 4. 2.해날. 맑음 / 푸코주의자 옥영경 2023-05-01 307
6584 2023. 1.21.흙날. 맑음 옥영경 2023-02-20 307
6583 2023. 1.31.불날. 맑음 / 경옥고 이틀째 옥영경 2023-03-03 307
6582 2020. 6.21.해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08
6581 2020. 6.24.물날. 비 / 장마 시작 옥영경 2020-08-13 308
6580 2020. 6.29.달날. 아침부터 빗방울, 저녁 되자 굵어진 옥영경 2020-08-13 308
6579 2021. 7.21.물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308
6578 2021.10.12.불날. 비 옥영경 2021-12-08 308
6577 2022. 7.22.쇠날. 오후 비 옥영경 2022-08-06 308
6576 2022.10. 9.해날. 비 옥영경 2022-11-03 308
6575 10월 빈들 여는 날, 2022.10.21.쇠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