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76 추천 수 0 2003.04.25 00:10:00
4336. 4. 24. 나무날

비가 연일 옵니다. 비가 오면? 오뎅!
하늘을 쳐다보던 희정샘과 저는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하자 주저없이,
"오늘 간식은 오뎅이다! 달걀도 같이!"
큰 놈들 몇은 내일 실과시간에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사야한다고 오지 않았습니다.
뭐 볶음밥을 만든다나요? 그래서 당근, 감자, 호박 같은 걸 사 가야 한다고... 요즘 실과 시간엔 요리도 하나 봅니다. 좋아졌습니다.^^
요즘 애들은 햄버거 놀이에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베게를 몇 개 깔고 애들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부터 포개는 거죠. 밑에 있는 아이가 거의 질식상태가 될 때까지 합니다. 참, 약속했던, 베개는 각자 빨아오기로 했습니다.
1, 2, 3학년은 글쓰기를 했는데, 늘 빙고놀이를 한번씩 합니다. 오늘도 꽃이름 가지고 하는데, 애들 배꽃, 포도꽃, 감꽃.... 꽃이야 피죠. 나무라 해도, 짧은 지식에, 애들은 막무가내입니다.
명상을 하는데 명상이 참 안됩니다. 네, 우리 문화에서 침묵과 느림의 문화는 정말 없지요. 우리 아이들도 침묵과 느린 것을 정말 못 참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명상하는 데 참 많은 시간을 들이지요. 안 되면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아이들이라서 못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그런 문화가 없어서겠지요.
목소리 큰 유진이와 민근이에겐 목소리를 낮추자고 늘 말합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내려오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큰 목소리로 말했다가, 앗 저도 놀라고는 목소리를 낮춥니다. 아님 그렇게 말하다가도 저나 희정샘이랑 눈이 마주치면 목소리가 내려가지요. 참 민근이는 아직 안됩니다. 민근이는 아직 내려올 생각을 안 합니다.
6학년 기은이는 얼마나 웃긴 줄 아십니까?
구이장님의 딸인데, 저희 계절학교에도 두 번 왔었지요. 참 이쁘게 생겼는데, 처음엔 정말 말도 없고 뭘 물어도 대답도 잘 안하고, 짐작해서 내가 답을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게 전부인, 그런 아이였습니다. 근데 방과후공부에서는 남자, 여자, 동생, 동기 할 것없이 지가 다 끌고 다니면서 놀이를 주도합니다. 역시 애도 어른이고 사람은 오래 사귀고 볼 일입니다.

과자를 들고온 4학년 병윤이, 자유학교에선 나눠 먹는다는 걸 잘 압니다.
운동장을 걸어가다 과자를 꺼내고는, 나를 쳐다보더니,
"이전 제 아기에요."
아기처럼 품에 안습니다.
"아기를 먹으면 안 되겠지요? 나눠 먹으면 안되겠지요? 팔 하나 뚝 떼서 먹고, 다리 하나 툭 떼서 먹고 그러면 안 되겠지요? 그러니 이건 저만 먹어야해요."
누가 뭐랬나요? 괜히 말이 깁니다.

애들, 오뎅은 진짜 잘 먹습니다. 오뎅과 달걀로 간식을 먹는데, 희정샘이 상연이 머리에 달걀을 때렸지요. 머리를 감싸고 쓰러진 상연이의 한마디,
"나쁜 달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애들끼리 얘기하다가 '챔피언'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상연이가 이 말을 듣고,
"챔피언은 어, 사람들 박수 받는 게 챔피언이죠?"
"어? 어... 그래."
"하지만 챔피언을 배신할 수도 있지요?"
"어떻게 배신하는 데?"
"어, 내가 힘을 길러서 더 힘이 세지거나 하면 챔피언이 바뀔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꼭 챔피언을 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으..응"
(혼잣말로)"꼭 챔피언을 정해 놓지 않아도 돼."
혹시 위 말이 이해 안 되시는 분은 말씀하세요. 제가 번역해 드릴게요.^^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오랫동안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듭니다. 창을 열고 또 오랫동안 답례하면 내일, 또 만나자 하지요.
네, 우리는 내일 또 만납니다.


-_-.

2003.04.25 00:00:00
*.155.246.137

-_-aaa 비오면 빈대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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