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80 추천 수 0 2003.05.08 20:39:00
4336. 5. 7. 물날

또 비가 옵니다.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아 우산 없이 그냥 갔던 아이들이 막 뛰어 들어옵니다.
3학년 유진이는 들어오자마자,
"선생님, 저 오늘 문제 안 풀거에요. 그러니까 복사하지 마세요."
누가 뭐랬나요. 우리도 비도 오고 해서 문제지 복사 안 하려고 했는데...
빤히 쳐다보다가
"그렇지 않아도 안 줄려고 했어."
뻘줌한 유진이, 네 하고 들어갑니다.
그 유진이의 언니 수진이는 오자마자 저보고 숙제 도와달랍니다. 요즘은 초등학교도 산수라 하지 않고 수학이라 합니다. 수학인데, 대분수 덧셈, 뺄셈입니다.
한쪽에서 수진이랑 숙제하고 있는데, 저 쪽 한쪽에선 내일 어버이날에 달아드릴 꽃을 만들고 있습니다. 6학년 아이들이 주도로 만들고 있고 3학년 아이들이 옆에서 부러운 듯 쳐다보며 같이 만들기도 하구요.
아, 오늘 상연이는 받아쓰기도 했습니다. 상연이가 글씨를 잘 몰라서 제가 날마다 글씨쓰기 연습을 해 주는데, 오늘은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근데 누가 문제를 내 줬냐면요... 상연이 형 무연이와 6학년 민근이!
무연이도 무연이지만 날마다 싸우는 무연이와 민근이가 짝이 되어서!
쉽게 내 주겠다고 상연이와 약속한 그들이 낸 문제는,
1. 아버지
2. 받아쓰기
3. 아기다람쥐
4. 할아버지의 생신
5. 첫째마당
6. 도끼
7. 자유학교 물꼬
8. 호랑나비
9. 호랑이
10. 기차
마지막 문제는 틀렸는데 쓰려고 노력한 게 가상해서 맞다고 동그라미 해 줍니다. 옆에 앉아 힌트 주기도 하고, 상연이가 쓰는 글자 하나하나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모습이 참 재밌고 이뻐보입니다.

오늘은 삶가꾸기 시간! 바느질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거라 간단한 주머니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종이에 모양을 먼저 그려보고, 각자 하고싶은 천을 골라 적당히 자릅니다. 그 천에 바늘이 지나갈 자리에 연필로 표시룰 해주면 아이들이 바느질을 합니다.
와! 그 집중력은 대단합니다. 꼼짝않고 앉아서 바느질을 합니다. 아이들이 바느질을 하고 나면 샘들이 마지막 마무리도 하고 간간히 도와줍니다. 다 만든 아이들도 있고 다 못한 것은 다음에 하자 했지요.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려고 그릇을 들고 나오는데, 상연이와 유진이가 쫓아옵니다. 자기네들도 하고 싶답니다. 그래서 유진이가 씻어주면 제가 일차 헹구고 마지막으로 상연이가 헹궜습니다. 같이 너무 재밌게 했습니다. 방식을 달리하면 애들도 설거지를 참 좋아합니다.

오늘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줬습니다.
흙으로 만든 목걸이. 우리가 옹기공예를 배우는 곳 선생님께이 애들 주라고 주신 거지요.
하나씩 목에 걸고 갑니다.
애들은 내일(5월 8일 어버이날, 빨간날^^)도 자유학교 오면 안 되냐고 합니다.
놀란 가슴 진정하고 이쁜 목소리로 샘들도 쉬어야지 하고 보냈습니다.

운지.

2003.05.08 00:00:00
*.155.246.137

언제 우리 염수진이 거기 갔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23486
5638 여혐 남혐을 우려합니다 물꼬 2018-07-11 2642
5637 옥샘! 이주욱입니다. [1] 대나무 2018-06-25 2621
5636 현대인에게 공포 image [1] 갈색병 2018-06-22 5400
5635 우리의 상식과 다르지만 검색어가 말해주는 것 [1] 옥영경 2018-06-14 5274
5634 학교를 고발한다! - PRINCE EA 물꼬 2018-06-13 9578
5633 방청소가 오래 걸리는 이유.jpg image [1] 갈색병 2018-06-11 5161
5632 그림말(이모티콘;emoticon)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옥영경 2018-06-06 2357
5631 사유의 바다를 잠식한 좋아요 버튼_폴 칼라니시의 [숨결이 바람될 때] 에세이 imagefile [1] 류옥하다 2018-06-06 2779
5630 한국 학생들의 진로 image [1] 갈색병 2018-05-31 9185
5629 히포크라테스의 지팡이 위에 중립은 없다_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세이 imagefile [1] 류옥하다 2018-05-27 3695
5628 숨마 쿰 라우데, 그리고 수우미양가 [1] 물꼬 2018-05-18 4985
5627 물꼬 바르셀로나 분교(^^)에 올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께 [1] 옥영경 2018-05-04 4856
5626 2018.4.29. 물꼬 imagefile [1] 류옥하다 2018-04-29 2501
5625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옥영경 2018-04-26 3947
5624 산 조르디의 날 file 옥영경 2018-04-24 2427
5623 일베 사이트 폐쇄 청원 [1] 옥영경 2018-04-01 2495
5622 옥쌤! 오랜만이에요 [1] 훈정 2018-03-31 2209
5621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한! [펌] [1] 물꼬 2018-03-19 9285
5620 문득 [1] 안성댁 2018-03-12 2448
5619 고기동(용인)에서 새로운 일상을 나눠요^^ [1] 소울맘 2018-03-09 24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