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63 추천 수 0 2003.05.26 22:13:00
4336. 5. 26. 달날

오늘은 애들이 일찍 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 봤다 합니다. 오전에 시험 보고 바로 온거지요. 그래도 시험 본 날이라고, 애들이 들어오자 마자 문제지 풀지 말자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뭐, 그러자 했지요. 신났습니다.
지난 삶가꾸기 시간에 하다 만, 토시를 마저 만들었습니다. 베개싸움 하는 애들도 있고. 무연이와 상연이는 또 과자를 사 왔습니다. 내일부터는 가져 오지 말자 했지요.
3학년 애들이 다 여자 애들이고 다 고만고만한 애들이라 목소리가 큽니다. 물론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다른 아이들과 작은 싸움이 잦습니다.
1학년 주리가 이유없이 밉다 하네요. 주리가 1학년이기는 하지만, 애살도 많고 터프(?)하기도 하고, 누구한테 지기도 싫어하지요. 또 1학년이라 어리다고 저나 희정샘이 주리를 좀 더 봐주고 하는 것에 화가 났나 봅니다.
"이유없이 미워하거나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샘들은 연지도 유진이도 해림이도 주리도 다른 아이들도 다 좋아한다. 다만 주리는 어려서 더 봐주고 그러는 거야."
"바보니까 더 잘 봐주는 거죠."
"바보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어려서 그러는 거야."
"바보니까 그렇죠. 그럼 바보 아닌데 더 잘 봐 줘요?"
".... 바보는 더 잘 봐 주겠지. 하지만 주리는 어려서 더 잘 봐 주는 거야."
지도 억지 부린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주리에 대한 화가 가시지 않은 겁니다.
"너희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거야. 어떤 일이든 무턱대고 단정짓지 말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그래도 여전히 주리가 미울 겁니다. 할 수 없죠. 고만한 나이 때 그러기도 하거니와, 계속 얘기하는 수 밖에요.
간식 먹을 땐, 정말 제비 새끼처럼 잘도 먹습니다. 무연, 상연 형제가 한바탕 싸우기도 하고. 무연이가 상연이 말하는 걸 꼬투리 잡고 놀렸거던요.
간식 먹고, 토시 만들 사람들은 계속 만들고, 저랑 상연이, 주리는 운동장에서 놀았습니다.
풀 뜯는 걸 도와주던 것도 잠시, 상연이와 주리는 운동장에 고인 물 웅덩이에서 놀고 있습니다. 물길을 내기도 하고, 진흙을 만들어 똥이라고 깔깔대기도 하고, 손에 묻히고선 아프리가 흑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둘이서 참 잘 놉니다. 주리는 정말 신이 난 모양입니다. 주리는 신이 나면 "우호하하하!" 하고 웃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애들 좋아하죠?"
"... 응"
"애들이 말 안 들으면 싫죠?"
"... 음. 말 안 듣는 게 싫은 거지, 그 아이가 싫은 건 아냐."
"아아!"
뜬금없이 묻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비 갠 후에 물웅덩이에서 노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옛 생각이 나기도 하고, 참 보기 좋았습니다.
과학 공부를 하다, 민근이와 무연이가 장난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발단은 지우개. 지우개 가지고 장난치다, 서로 한 지우개를 가지려고 몸싸움 하다가 민근이가 휙 던진 지우개가 무연이 눈에 맞았습니다. 무연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무연이, 집에 가야 하는데, 꼼짝도 안 합니다. 할 수 없이 무연이 놔 두고 갔습니다.
애들 다 바래도 주고 학교로 들어오는 데, 무연이가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차 돌려서 타라 그랬지요. 타는 무연이를 보니, 한참 울었나 봅니다. 아무 말도 안 합니다. 나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무연이가 화 내는 방법을 좀 달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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