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864 추천 수 0 2003.06.03 19:50:00
4336. 6. 3. 불날

6학년 기현이의 뻔뻔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제일 높은 학년이고 처음엔 바로 앉아서 얘기도 정말 열심히 듣는, 참하기로 따를 자가 없더니, 이젠 한데모임 하러 둘러 앉아도 삐딱하게 앉는 것도 기본이고, 물 먹고 나서 뚜껑을 하도 안 닫아서,
"뚜껑을 닫아야겠냐, 안 닫아야겠냐?" 하면,
"닫아야돼요. 그런데 귀찮아요."
하는 기은이의 뻔뻔함에 두 손 들었습니다.

공부하는 방은 공부나 책읽기를 하는 방이고, 놀려면 옆방에서 놀자고 처음에 정했는데, 잘 안 지켜집니다. 한데모임 시간에 좀 진지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한데모임 때 우리가 같이 공부하며 필요한 것들을 정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정한 것은 잘 지켜야 하는 거라고, 우리가 그러기로 같이 한 약속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데모임 시간에 다른 사람 얘기를 잘 들어보자, 잘 듣는 연습을 하자, 어리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약속, 배려, 이해, 존중 같은 걸 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 좀 높여 얘기했습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정말 시시콜콜한 것부터...
청소는 왜 해야 할까?
물 먹고 뚜껑을 꼭 닫아야할까?
신었던 슬리퍼는 집에 갈 때, 꼭 신발장에 정리해야 할까? 내일 오면 또 신을 건데...
작품들은 왜 나란하게 정리가 되어야할까?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우리는 정말 하루에도 수십번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하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왜 그래야 하는 지 잘 모릅니다. 그럴 때 이런 말(청소, 정리 같은 거)들은 관성이 되고, 잔소리가 되며 아이들에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되지요.
내 안에서 아이들도 납득할 만한 까닭이 있는 지 물어보고 또 물어봅니다.

멀리 강당에선 아이들이 제비입처럼 쩍쩍 입을 벌리며 민요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학년 아이들은 글쓰기를 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에 대해서 써보자 했습니다. 무연이가 글쓰는 게 많이 늘었습니다. 상익이가 당췌 진지하질 않습니다. 의리파고 1학년 주리와도 잘 놀고 참 멋진 아인데, 좀만 진지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참, 오늘은 예지가 왔습니다. 주리 친구고 지난 주부터 오기로 했는데, 오늘부터 왔네요. 주리도 한결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런! 주리는 6학년 상익이와 놀고 예지는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오고 갈 때만 챙겨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지도 좀 익숙해지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습니다.^^

간식 먹는데, 무연이와 해림이가 되지도 않는 것 가지고 말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듣다 듣다 너무 짜증이 나, 허리손하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둘 옆에 앉아 있던 상연이가 그러고 있는 날를 보자, 해림이와 무연이한테,
"둘이 말도 하지마,"
"둘이 쳐다 보지도 마."
"둘이 상관하지도 마."
(날마다 싸우는 무연이와 민근이한테 지쳐 내가 무염이와 민근이한테 한 얘깁니다.)
애들 앞에서 정말 말조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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