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실랑이었다, 한전에 항의하고 일이 정리될 때까지.

전주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인입선이 창고동 모서리를 망가뜨리는 동안

해마다 봄이 되면 해결을 요구하고,

그러나 가을이 될 때까지 흐지부지 되다

겨울 오면 학교로 내려가 지내다 봄이 되면 다시 말을 넣기를 반복했더랬다.

올해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말리라, 그 쪽에서 하든 포기하든,

그렇게 마음먹고 봄이 가는 동안 잊지 않고 줄기차게 매달렸다.

그예 담당자가 그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노라는 결론.

과연? 정말?

한전으로 좇아갔다. 대장 나오라 했다.

그제야 팀장이 나서서 방법을 같이 찾기로 했던 것.


오늘 한전 협력업체에서 굴삭기와 세 대의 차가 들어왔다.

창고동 모서리 찌그러진 데 펴고 양철 대고 피스 박고 실리콘 쏘고,

건물 옆으로 소주 세워 전주에서 들어오는 전기 인입선 연결.

“이왕 오신 걸음 이것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굴삭기 들어온 김에 창고동 햇발동 앞 길을 골라 달라 부탁하다.

“조금 더 가셔서 저것도 좀...”

컨테이너 창고 앞 밭을 좀 패달라고도 하다,

꽃씨를 뿌리든 곡식을 부리든 할.

10년 긴 여정이 그리 끝났네.

쿠키를 구워냈다.

일이란 게 담당자의 의지가 중요하지.

결국 맡은 이가 일이 이리 되도록 끌어와 준 것.

고마울 일이다.


오후엔 책상 앞에서 해야 할 일들을 챙기고,

저녁에는 사이집에 들어 물을 준다.

가장자리 편백나무 울타리에도, 잔디에도, 언덕에 삽주한 개나리에도.

하안샘이 와서 챙겨준 호스 샤워기 덕이었다.

그거 하나 바꿔준 것만으로도 물주는 일이 이리 수월하다.


밖에 나가있는 물꼬 안식구들 들어와 복작이다.

먹고, 책 읽고, 얘기 나누고.

“식구들과 이런 소소한 행복이 쌓이면 힘이 된다!”

아이가 어려운 시간을 건넜고, 건너는 중.

가족의 평화와 행복이 힘일 것을 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리 또 일어나시라.


5월 빈들모임에 중학생 아이 하나가 같이 산에 오르겠다 연락해왔다.

신청이 시작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54 2019.11. 9.흙날. 오후 흐림 / 바짓단 옥영경 2019-12-30 614
1653 2019. 7.31.물날. 맑음 / 날마다 하늘을 밟고 사는 이 옥영경 2019-08-22 614
1652 2019. 7. 4.나무날. 맑음, 날씨 좀 보라지! / 제도학교의 물꼬 나들이 옥영경 2019-08-14 614
1651 2019. 6.29.흙날. 비 / 칼국수를 노래함 옥영경 2019-08-14 613
1650 171계자 사흗날, 2023. 1.10.불날. 흐림 옥영경 2023-01-12 612
1649 5월 빈들 이튿날, 2019. 5.25.흙날. 다소 흐림 / 느티나무와 홍단풍 모시다 옥영경 2019-07-24 611
1648 2019. 9.20.쇠날. 흐려가는 오후 / 굴착기 옥영경 2019-10-30 610
1647 2020. 2. 4.불날. 갬 옥영경 2020-03-05 607
1646 2019. 7. 3.물날. 맑되 잠깐 구름 /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나쓰카리 이쿠코/공명) 옥영경 2019-08-14 606
1645 5월 물꼬stay 이튿날, 2019. 5.18.흙날. 비 옥영경 2019-07-19 603
1644 168계자 여는 날, 2021. 8. 8.해날. 소나기, 풍문처럼 지나다 [1] 옥영경 2021-08-13 602
1643 2019. 9.27.쇠날. 해 나왔다 오후 사라진 / 두 발의 총성 옥영경 2019-10-31 602
1642 166 계자 이튿날, 2020. 8.10.달날. 비 옥영경 2020-08-14 600
1641 2019.10.24.나무날. 좀 흐림 옥영경 2019-12-10 600
1640 2019. 6.13.나무날. 맑음 / 창고동 외벽 페인트 2 옥영경 2019-08-06 600
1639 2023.11.12.해날. 볕 거둔 오후 옥영경 2023-11-19 599
1638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➀ (2019.8.17~18) 갈무리글 옥영경 2019-09-23 599
1637 2021. 9.21.불날. 비 내리다 오후 갬 / 한가위 보름달 옥영경 2021-11-18 598
1636 2021. 6. 6.해날. 맑음 / 한계령-끝청-중청-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계곡, 20km 옥영경 2021-07-06 598
1635 2019. 6.10.달날. 밤비 아침에 개고 가끔 구름 / 돌을 쌓다 옥영경 2019-08-05 5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