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26 추천 수 0 2003.07.15 19:36:00
4336. 7. 15. 불날

정말 오랜만에 화창한 날입니다.
"야, 정말 날 좋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애들이 들어왔는데, 정말 공부하기 싫습니다. 3, 4학년 보충공부해야 하는데, 우리 나가 놀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한 놀이가 비석치기!
저 어릴 때는 맨날 했는데, 요즘 애들은 어떻게 하는 지도 모릅니다.
자기 손바닥만하고 넙떡하고 세워지는 돌 하나씩 주워오랬더니, 동글동글한 돌에서부터 콩알만한 돌, 네모반듯한 돌,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돌들을 주워옵니다. 놀이를 안 해 봤으니 어떻게 생긴 돌을 가져와야하는 지 모르지요. 다시 돌들을 모아서, 놀이방법을 설명하고 같이 했습니다.
그냥 맞추기, 한발 뛰기, 두발 뛰기, 세발 뛰기, 발등, 발, 무릎, 가랑이, 배, 가슴, 왼쪽어깨, 오른쪽 어깨, 목, 머리, 봉사! 어때요, 다 맞나요?
저는 어릴 때 이런 순서로 했습니다. 애들, 처음 그냥 맞추기가 정말 안 됩니다. 무진장 애는 쓰는데, 몇번을 그냥 맞추기를 하다가 한발뛰기로 넘어가니 그때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무연이가 배에다 돌 올리고 가는 폼은 정말 멋집니다. 아무나 흉내 못 내는 정말로 무연이만의 자세! 애들은 배에서 또 다시 난관에 부딪칩니다. 배가 있어야지 배에다 올리지요. 허리가 굉장히 우연해야하는데, 이것도 어렵고... 일하던 형길샘도 도중에 같이 했는데, 역시 어릴 때 놀아본 솜씨가 있어서인지 정말 잘합니다.^^
근데 정말 무연이의 머리는 비상합니다. 아니 얍실(?)합니다.^^ 자기가 세울 때는 작고 잘 안 넘어지는 돌을 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맞출 때는 크고 넙적한 돌로 하고 싶습니다. 두 개를 번갈아 가며 하겠답니다. 당연히 안 된다고 잘랐지요. 꽤나 머리 굴리대요. 대체 어느 돌로 해야 더 유리한지...
참 마침 형길 샘이 예취기로 풀을 다 깎아 놔서 놀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물꼬를 아시는 분들은 지금 물꼬의 운동장을 보신다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저도 날마다 놀라고 있지요.
우리 운동장이 이럴 수도 있구나... 땅이 보이는 저 모습... 나무나 화단, 평상들이 땅과 만나는 면이 보이는 저 광경... 놀랍습니다.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들과 간식으로 야채튀김과 미싯가루를 먹었습니다. 상연이와 주리는 개구리 잡느라 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거 보면 참 차이가 많습니다. 1, 2학년 그리고 남자는 3학년 정도까지는 자연의 변화나 곤충, 벌레, 개구리, 잠자리, 물고기 같은 것에 참 관심도 많고 거기에 푹 빠져 놉니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놉니다. 그런데 3학년만 되어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인위적인 놀이를 더 좋아하지요.

고학년 애들은 글쓰기를 하는데 민근이와 무연이 둘만 있습니다. 서로 얼굴을 살펴보는 글쓰기를 했지요. 재밌을 것 같지요? 민근이는 무연이가 자기 얼굴 쳐다보는 걸 꽤나 의식합니다. 반면에 무연이는 쳐다보거나 말거나 실실 웃으면서 얼마나 재밌게 민근이 얼굴을 뜯어보는지... 둘이 저러다 정들어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학년은 풍물을 했는데 1학년 주리와 2학년 상연이는 아무래도 따라가기가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주리와 상연이만 따로 하고 3학년 연지와 해림이는 고학년 풍물할 때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하루재리를 하는데요,
"오늘 개구리 잡는 거 재밌었구요. 개구리가 작은 것도 있었고 큰 거 왕개구리도 있었고 그랬는데요, 상연이오빠처럼 돼지같이 생겼구요."
주리가 웃으면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합니다. 요즘 주리는 목이 삐었는지 한쪽으로 머리를 기울고 있는데, 그러면서 할 건 다합니다.
주리가 개구리 들어있는 병을 희정샘한테 들이밀며
주리 : "이이익!"
희정 ; "엄마야!"
주리 : "이쁜 척!"
무서운 1학년 주리의 저 말...
집에 가려고 차를 타는데 상연이와 주리가 개구리를 들고옵니다. 놔두고 가자. 내일 와서 또 보면 되잖아 했습니다.
주리는 내일 개구리 집을 만들어주겠답니다.
"흙을 이렇게 이렇게 조금 파서요. 물이 들어가게 해서 집 만들어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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