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04 추천 수 0 2003.07.18 22:34:00
4336. 7. 18. 쇠날
- 1학기 공부 마지막날

오늘은 1학기 공부 마지막날입니다. 아이들이랑 매듭잔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애들이 들어오자 앉아서 오늘 매듭잔치 준비를 어떻게 할 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청소를 하자 했지요. 일을 나눠서 기은이랑 민근이는 복도, 연지랑 해림이, 상연이는 가운뎃방, 무연이랑 주리는 공부방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손님을 맞는 거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겁니다. 아이들도 그걸 아는지, 열심히 청소합니다. 평소 늘 도망다니던 상연이도 열심히 쓸고 닦고, 주리는 자기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고, 무연이는 혼자서 베개를 세면장에 다 옮겼습니다. 연지와 해림이는 참 야무닥지게도 쓸고 닦고 걸레도 빨아옵니다.
기은이와 민근이는 혼이 좀 났습니다. 어린 동생들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정말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데, 뭘 좀 해달라고 시켜도 말도 안 듣고 성질을 부려서, 앉혀놓고 혼을 좀 냈습니다. 많이 속상합니다. 같은 얘기를 해도 더 많이 알아들을 6학년이 더 안하고 눈치를 봅니다.

우선 청소를 다 하고 나서 펼쳐보이기 준비를 했습니다. 작품들 모두 꺼내서, 상 위에도 한지를 깔고 꽃병도 갖다놓고 작품들 전시를 하고, 공책이나 스케치북은 선반에 진열하고 종이탈은 벽에 못을 박아 걸어두었습니다. 앞치마와 치마는 유리창에 얼기설기 고정시켰는데 주리의 콩알만한 것에서부터 민근이의 함지박만한 것까지 모양이 어쩜 그리도 이쁘던지요.
복도에 들어서면서부터 바깥쪽 창으로는 우리가 데깔꼬마니로 만든 종이를 쭉 붙였습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길쯤 되겠네요. 공부방 뒤에는 마아블링한 것과 종이판화 한 것을 쭉 붙였구요, 양쪽에 종이접기한 것을 붙였습니다. 사진도 색지에 붙이고 밑에다 설명을 달아서 칠판 밑에다 쭉 붙였구요. 애들 작품마다 이름도 다 붙였습니다. 주리도 종종거리며 날 쫓아다니며 도와주구요, 해림이, 연지가 뭐든 참 잘 도와줍니다. 다해 놓고 보니, 정말 근사한 갤러리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놀다가 다투기도 하는 민근이와 무연이, 무연이와 상연이. 무연이와 상연이는 또 뭘 하다 일이 틀어졌는지 상연이는 슬리퍼 신고 운동장을 도망다니고 그보다 더한 무연이는 양말만 신은 채로 비와서 진흙이 된 운동장을 돌며 상연이를 쫓아갑니다. 도망가는 상연이는 웃음을 어쩌지 못하고 쫓아가는 무연이는 씩씩거립니다. 그러다 결국 홀라당 진흙에 미끄러진 무연이, 옷을 다 버리고 더 화가 나서 쫓아가고, 결국 잡힌 상연이는 형한테 얻어맞고 울고... 뭐 정신 하나도 없습니다.

해림이 아버님, 어머님이 먼저 오셨습니다. 해림이 동생 민수도 왔네요. 참 해림이 어머님이 어제 김치랑 호박이랑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 김치와 호박은 오늘 저녁 때건지기에 올랐죠. 곧이어 기은이, 연지 아버님, 어머님이 오셨습니다. 아버님께서 쌀을 한 통 갖고 오셨네요. 애들 가르친다고 저희들 멕여 살리실 모양입니다. 먼저 밥을 먹고 있는데 상연이, 무연이 아버님, 어머님, 할머님도 오셨네요. 주리 어머님이 못 오셔서 무연이 어머님편으로 수박을 들려 보내셨다 합니다. 할머님은 저희를 보고 몇번이나 애쓴다고, 애들 이렇게 잘해주니 애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지 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 할머님 마음이 얼마나 곱던지요. 잊지못할 겁니다.
손 큰 우리 희정샘은 그새 참 많이도 준비했습니다. 밥에 미역국에 잡채, 수박, 오미자화채, 팝콘... 배터지게 잘 먹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들 오시면 불러 드릴려고 준비한 노래가 있었지요. 기타 반주도 하려고 준비해놨는데, 주리가 줄을 풀어버렸네요. 음이 맞지 않아 한참을 맞추고 있었지요.
"주리야, 너가 줄을 풀어서 지금 음이 안 맞아. 그래서 맞춰야 해."
"왜 안 맞아요?"
"음, 정확한 음이 나올려면 줄을 풀거나 감아서 그 음을 맞추는데, 맞춰놨는데 너가 풀었잖아?"
"왜 소리가 안 나와요? 여기가 잘못된 거에요? 아하, 여기가 잘못되면 저기도 잘못되는 거에요.?"
주리에게 뭔가를 이해시키는 건 참 어렵습니다. 근데 저는 쉬운 말들을 생각해가며 주리를 이해시키는 게 너무 재밌습니다. 주리한테 '제로놀이'를 설명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지요.
근데 그 주리가요, 제가 줄 다 맞췄다고 하니까,
"미안해요." 그러는 거 있죠?
그럴 땐 고만 제가 다 미안해집니다.
저한테는 아무래도 주리나 상연이같은 아이들이 딱입니다.
음, 불렀던 노래는 '자유학교 노래 1, 2', '어머니가 참 좋다', '해바라기', '고향생각'. 애들 노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이쁩니다. 정말 열심히 부릅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애들이 적어졌냐고 놀라시던 무연이 아버님껜, 그래도 정신없다고 한번 와 보시라고 했지요. 기은이 아버님은 이제 좀 한가할 테니 놀러오라네요.
우리 주리가 오늘 참 대견하고 멋졌습니다. 어제 어머님들과 통화할 때, 주리 어머님이 못 오실 수도 있다 하셨지요. 그런데 주리는 엄마가 꼭 와야된다고 하고... 그래서 주리랑 통화를 했지요.
"주리야, 내일 어머님이 보실 일은 참 중요한 거야. 둘째언니 일로 가시는 거고, 둘째언니에게도 참 중요한 일이니까, 혹시 어머님이 물꼬에 못 오신다고 해도 주리가 이해해 주면 좋겠다."
"이해가 뭐에요?"
"아, 이해? 음, 그러니까 어머님이 못 오시더라도 어머님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음, 선생님 말은요, 그러니가 어머님이 못 오시더라도 울거나 삐지거나 그런 거 하지 말고 어머님 올 때까지 웃음을 하고 있으라는 얘기에요?"
"그렇지!"
"선생님은 맨날 그렇지! 그렇지만 해요?"
그렇게 통화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어머님들 다 오시고 자기 어머님 안 오시면 울 법도 한데,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있었지요. 너무 대견했습니다.
"주리야, 오늘 주리는 너무 씩씩하고 멋졌어. 나는 주리가 너무 자랑스러워. 방학 잘 보내고 8월 11일날 다시 보자."
"잊어버리면 어떻해요?"
"선생님이 꼭 전화해 줄게."

아이들이 다 갔습니다. 3주 후면 다시 만날 테지만, 웬지 허전하고 그럽니다. 많이 보고싶을 테지요. 아이들이 방학 잘 보내고, 건강하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태정

2003.08.06 00:00:00
*.155.246.137

상범샘이 애들을 혼내기도한다니...
놀랍네요
제가 갔을때 성격 험악할까봐 걱정돼네요^^
친구들 가르치면서 성격바뀐거........아니죠?
조심하세요~~
지금에 상범샘이 더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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