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8.해날. 맑음

조회 수 427 추천 수 0 2020.01.13 03:20:02


 

겨울 계자 신청을 받고 있는 중.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읽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가운데서

 

가마솥방에서는 고추장 게장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본관 복도 뒤란 낙엽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타일절단기를 대여해오다.

한 번 쓰자고 사기는 또 부담이라.

큰 철물점에 알아보니 그런 방법이 있더라고.

타일가게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지.

오후 두어 시간은 타일을 잘랐다.

그 작업만 다 해도 일을 다한 것인 양.

언제나 시작이 반이라.

 

, 이 밤에 알아버렸네.

나는 어째 앞만 있고 뒤가 없었는가.

어이하여 뒤는 돌아보지 못했는가.

싱크대에서 돌아서면 조리대 상판과 또한 만나는 걸.

거기도 음식 튀고 하니 깔아야지 않나.

마침 딱 그만치의 같은 타일이 있었더라.

여전히 많이 남는군 했더니만.

 

나이 먹는다는 건 몸에 지닌 것을 잊는 일인가.

안경을 쓰고도 안경을 찾고

펜을 들고도 펜을 찾고...

나이 먹는다는 건 내 가진 것을 잃는 일이기고.

많든 적든 마지막엔 결국 다 잃어버리는 일이 죽음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14 3월 빈들 닫는 날, 2024. 3.31.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18 428
1213 2023.10. 2.달날. 맑음 옥영경 2023-10-17 428
1212 청계 여는 날, 2021.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28
1211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28
1210 2020.11. 5.나무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0-12-03 428
1209 2020.10. 9.쇠날. 구름과 바람 옥영경 2020-11-18 428
» 2019.12. 8.해날. 맑음 옥영경 2020-01-13 427
1207 청계 닫는 날, 2023.12.24.해날. 가만히 내리는 눈 옥영경 2023-12-31 427
1206 2022. 9. 7.물날. 갬 / 그대들이 준 감동으로 또 하루가 간다 옥영경 2022-09-28 427
1205 2021. 1.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1 427
1204 2019.12.30.달날. 비 옥영경 2020-01-17 427
1203 2023.10.10.불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426
1202 2023. 9.10.해날. 흐림 / 설악행 이튿날 옥영경 2023-09-30 426
1201 2023. 4. 1.흙날. 맑음 / 대흥사-다산초당-백련사 옥영경 2023-04-30 426
1200 2021.12.11.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6 426
1199 2020. 8. 8.흙날. 비 / 16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20-08-13 426
1198 2019.11.25.달날. 흐림 / 누구 잘못이고 누구 책임인가 옥영경 2020-01-10 426
1197 2023. 9. 6.물날. 맑음 옥영경 2023-09-19 425
1196 2023. 4.11.불날. 바람과 지나는 비와 옥영경 2023-05-09 425
1195 2022. 4.23.흙날. 맑음 / 찾았다! 옥영경 2022-06-04 42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