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8.해날. 맑음

조회 수 424 추천 수 0 2020.01.13 03:20:02


 

겨울 계자 신청을 받고 있는 중.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읽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가운데서

 

가마솥방에서는 고추장 게장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본관 복도 뒤란 낙엽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타일절단기를 대여해오다.

한 번 쓰자고 사기는 또 부담이라.

큰 철물점에 알아보니 그런 방법이 있더라고.

타일가게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지.

오후 두어 시간은 타일을 잘랐다.

그 작업만 다 해도 일을 다한 것인 양.

언제나 시작이 반이라.

 

, 이 밤에 알아버렸네.

나는 어째 앞만 있고 뒤가 없었는가.

어이하여 뒤는 돌아보지 못했는가.

싱크대에서 돌아서면 조리대 상판과 또한 만나는 걸.

거기도 음식 튀고 하니 깔아야지 않나.

마침 딱 그만치의 같은 타일이 있었더라.

여전히 많이 남는군 했더니만.

 

나이 먹는다는 건 몸에 지닌 것을 잊는 일인가.

안경을 쓰고도 안경을 찾고

펜을 들고도 펜을 찾고...

나이 먹는다는 건 내 가진 것을 잃는 일이기고.

많든 적든 마지막엔 결국 다 잃어버리는 일이 죽음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122 2006.3.6.달날. 화사한 /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06-03-07 1227
5121 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옥영경 2006-01-15 1227
5120 2005.12.16.쇠날.차름하게 내리는 눈 / 출토 옥영경 2005-12-17 1227
5119 2011.11.23.물날. 비와 해와 구름과 거친 바람과 옥영경 2011-12-05 1226
5118 2011. 9.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9-10 1226
5117 2008. 4. 9.물날. 비 옥영경 2008-04-20 1226
5116 2008. 3.30.해날. 비 옥영경 2008-04-12 1226
5115 2007. 9. 3.달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07-09-23 1226
5114 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옥영경 2005-05-27 1226
5113 2012. 2.15.물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225
5112 2011.10.31.달날. 맑음 옥영경 2011-11-11 1225
5111 2011 여름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8-01 1225
5110 2010. 9.12.해날. 밤새 내리던 비 개다 옥영경 2010-09-29 1225
5109 2009. 7. 9.나무날. 흐림 / <내 마음의 상록수> 옥영경 2009-07-16 1225
5108 2008. 7. 4.쇠날. 맑음, 무지 더울세 옥영경 2008-07-21 1225
5107 2006.4.29.흙날. 맑음 / 물꼬 논밭에도 트랙터가 다닌다 옥영경 2006-05-09 1225
5106 2012. 8. 4.흙날. 맑음 / 153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2-08-06 1224
5105 2011. 6.25.흙날. 비 옥영경 2011-07-11 1224
5104 2007.11. 3.흙날. 흐려지는 오후 옥영경 2007-11-13 1224
5103 2007.10. 7.해날. 비 옥영경 2007-10-17 122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