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8.해날. 맑음

조회 수 415 추천 수 0 2020.01.13 03:20:02


 

겨울 계자 신청을 받고 있는 중.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다시 읽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가운데서

 

가마솥방에서는 고추장 게장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본관 복도 뒤란 낙엽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타일절단기를 대여해오다.

한 번 쓰자고 사기는 또 부담이라.

큰 철물점에 알아보니 그런 방법이 있더라고.

타일가게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지.

오후 두어 시간은 타일을 잘랐다.

그 작업만 다 해도 일을 다한 것인 양.

언제나 시작이 반이라.

 

, 이 밤에 알아버렸네.

나는 어째 앞만 있고 뒤가 없었는가.

어이하여 뒤는 돌아보지 못했는가.

싱크대에서 돌아서면 조리대 상판과 또한 만나는 걸.

거기도 음식 튀고 하니 깔아야지 않나.

마침 딱 그만치의 같은 타일이 있었더라.

여전히 많이 남는군 했더니만.

 

나이 먹는다는 건 몸에 지닌 것을 잊는 일인가.

안경을 쓰고도 안경을 찾고

펜을 들고도 펜을 찾고...

나이 먹는다는 건 내 가진 것을 잃는 일이기고.

많든 적든 마지막엔 결국 다 잃어버리는 일이 죽음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686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249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911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548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426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367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359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328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302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267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242
6625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126
6624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110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91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661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93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84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545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70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41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