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5.해날. 맑음

조회 수 405 추천 수 0 2020.01.14 11:48:50


 

90일 겨울 수행 가운데 한 달을 보내다.

이곳에서 늘 하는 수행인데 별스러울 것도 없을.

그래도 겨울이라 창을 열지 않으니

깊숙한 곳에서, 그러니까 토굴인 양, 수련하고 명상하는 듯.

 

가마솥방 창문을 닦다.

바깥은 사다리 놓고 물청소.

볕이 좋으니 유리에 붙은 먼지도 발가벗는다.

물꼬에서 생활을 가장 많이 하는 공간,

그래서 청소도 잦은.

하지만 창문은 손이 잘 닿지 않는 곳.

입춘 앞두고 대청소 할 때나

이렇게 너무 많이 눈에 걸릴 때가 청소하는, 해야만 하는 때.

 

어른의 학교 오늘의 주제;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른 태도를 가진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저마다 결대로 반응한다.

그것의 잘잘못만 따지고 있다거나 피하고자만 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때로 악적인 상황이 우리를 강건케 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일어났다면 시련이 우리를 단련케 하리라.

십 수년 전 아주 어려운 갈등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몸으로 와서 두통으로 한밤에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하지만 그 과정의 고통이 얼마나 값졌던지.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해, 인간에 대해, 관계에 대해, 학부모라는 자리에 대해, ...

멈춰 서서 얼마나 얼마나 성찰했던가.(그러고도 또 같은 실수는 하는 게 인간이라...)

고맙게도 사람에 질리지 않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깊어지고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물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

오늘은 오늘의 고난에 감사해 보기로.

 

온몸이 뻐근, 머리 아프고. 몸살감기?

낮에도 자꾸 졸더니.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이 오기 어려운 얼마쯤의 시간,

그러면 또 여기서 가보면 되지.

돌아오니 쓰러지겠는.

감기 조심하셔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94 2006.5.27-6.4. / 찔레꽃방학 옥영경 2006-05-27 1715
6393 105 계자 나흘째, 8월 4일 나무날 빨래를 부지런히 말리지요 옥영경 2005-08-09 1714
6392 12월 9일, 류기락샘 잠시 귀국 옥영경 2004-12-10 1713
6391 6월 30일, 잠시 부엌샘 장한나샘 옥영경 2004-07-11 1713
6390 4월 22일 나무날, 봄에 떠나는 곰사냥 옥영경 2004-05-03 1712
6389 4월 27일 물날 벌써 뙤약볕 옥영경 2005-04-29 1711
6388 2007.11. 5.달날. 오후, 고개 숙인 볕 옥영경 2007-11-13 1708
6387 1월 2일 해날 구름 조금 낌 옥영경 2005-01-03 1708
6386 8월 21-9일, 공동체 식구들의 여행 옥영경 2004-08-25 1706
6385 2007.11.21.물날. 새벽 눈비 옥영경 2007-12-01 1705
6384 96 계자 네쨋날, 8월 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8-09 1703
6383 6월 22일, 훤한 고구마밭 옥영경 2004-07-04 1695
6382 2007. 3. 2.쇠날. 비 옥영경 2007-03-10 1691
6381 12월 6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0 1690
6380 12월 18-9일, 뒤집힌 건물 안들 옥영경 2004-12-22 1687
6379 39 계자 마지막 날 2월 9일 옥영경 2004-02-12 1686
6378 2005년 1월 1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684
6377 105 계자 사흘째, 8월 3일 물날 내리꽂히다 간 비 옥영경 2005-08-08 1683
6376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83
6375 영동 봄길 사흘째, 2월 27일 옥영경 2004-02-28 16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