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5.해날. 맑음

조회 수 391 추천 수 0 2020.01.14 11:48:50


 

90일 겨울 수행 가운데 한 달을 보내다.

이곳에서 늘 하는 수행인데 별스러울 것도 없을.

그래도 겨울이라 창을 열지 않으니

깊숙한 곳에서, 그러니까 토굴인 양, 수련하고 명상하는 듯.

 

가마솥방 창문을 닦다.

바깥은 사다리 놓고 물청소.

볕이 좋으니 유리에 붙은 먼지도 발가벗는다.

물꼬에서 생활을 가장 많이 하는 공간,

그래서 청소도 잦은.

하지만 창문은 손이 잘 닿지 않는 곳.

입춘 앞두고 대청소 할 때나

이렇게 너무 많이 눈에 걸릴 때가 청소하는, 해야만 하는 때.

 

어른의 학교 오늘의 주제;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른 태도를 가진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저마다 결대로 반응한다.

그것의 잘잘못만 따지고 있다거나 피하고자만 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때로 악적인 상황이 우리를 강건케 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일어났다면 시련이 우리를 단련케 하리라.

십 수년 전 아주 어려운 갈등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몸으로 와서 두통으로 한밤에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하지만 그 과정의 고통이 얼마나 값졌던지.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해, 인간에 대해, 관계에 대해, 학부모라는 자리에 대해, ...

멈춰 서서 얼마나 얼마나 성찰했던가.(그러고도 또 같은 실수는 하는 게 인간이라...)

고맙게도 사람에 질리지 않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깊어지고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물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

오늘은 오늘의 고난에 감사해 보기로.

 

온몸이 뻐근, 머리 아프고. 몸살감기?

낮에도 자꾸 졸더니.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이 오기 어려운 얼마쯤의 시간,

그러면 또 여기서 가보면 되지.

돌아오니 쓰러지겠는.

감기 조심하셔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54 2021.12.13.달날. 맑음 / 잠복소(潛伏所) 옥영경 2022-01-06 398
1053 2021.1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98
1052 2020.11.14.흙날. 맑음 / 나는 기록한다. 왜? 옥영경 2020-12-16 398
1051 2020. 1.27.달날. 비, 질기게 옥영경 2020-03-03 398
1050 2022. 6. 3.쇠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2-06-25 397
1049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397
1048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397
1047 2020. 8.19.물날. 맑음 옥영경 2020-09-06 397
1046 2023.10. 7.흙날. 흐림 옥영경 2023-10-23 396
1045 2023. 9.28.나무날. 해나왔다 흐려가다 옥영경 2023-10-07 396
1044 2023. 9.13.물날. 비 옥영경 2023-09-30 396
1043 2022. 2.21.달날.흐림 옥영경 2022-03-24 396
1042 2023. 1. 4.물날. 맑음 / 썰매 옥영경 2023-01-08 395
1041 2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22. 2.26.흙날. 밤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2-03-24 395
1040 2021. 6. 4.쇠날. 맑음 / 바람 많은 대청봉 1,708m 옥영경 2021-07-03 395
1039 2021. 5.11.불날. 잠깐씩 몇 방울 흩뿌리는 비 / tira mi su 옥영경 2021-06-14 395
1038 2023. 8. 2.물날. 구름 무거웠으나 옥영경 2023-08-06 394
1037 2021. 6.23.물날. 소나기 몇 차례 옥영경 2021-07-12 394
1036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394
1035 2021. 4.29.나무날. 가벼운 소나기 두어 차례 옥영경 2021-05-27 3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