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1065 추천 수 0 2003.09.18 22:01:00
4336. 9. 18. 나무날

또 비가 옵니다. 정말 이번 여름에는 무진장 오네요.

비 맞으며 들어오는 데도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비 오는 날의 간식 약속! 오늘은 오뎅입니다. 거기다 삶은 달걀! 와, 애들 정말 잘 먹습니다. 정말 게 눈 감추듯! 제가 먹기 민망합니다.
옥샘이 아프셔서 동화책도 제가 읽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진지한 얼굴이란...

오늘 저학년은 과학이고 고학년은 그림입니다.
무연이와 민근이는 사진 액자를 만드는데, 골판지를 네모로 잘라서 한지로 꾸미고 뒤에다 사진을 붙이니 정말 이쁩니다.
저학년 애들은 '종이냄지로 물 끓이기'를 했는데, 불 위에 올려 놓아도 타지 않는 종이를 보며, "마분지는 신기한 종이에요"라며 놀라워 합니다. 1, 2학년 주리와 상연이에게 이번 실험의 주제는 '마분지는 놀라운 종이에요.'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뭐 종이가 타는 온도가 200℃고 물이 끓는 온도가 100℃ 어쩌고 하면 애들은 벌써 다른 데 가 있고... 근데 뭐 좋습니다. 그런 신비와 놀라움이 계속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하고 있는데, '영동 아저씨'께서 오셨습니다. 우리가 '영동 아저씨'라 부르는 박기용 님. 영동에서 농민회도 하셨던 분이고, 집에 많은 야채를 키우는 분이십니다. 가끔 오셔서 이것저것 도와주시기도 하고, 말씀도 나누시고 가시지요.
오늘은 포도즙과 포도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애들 공부하는 데 기웃기웃거리시면서, 가끔 참견도 하고.... 그런데 울음소리를 흉내내시는데, 와 정말 진짜같았습니다. 아기 울음소리, 소, 염소, 매미, 개구리, 등등. 일은 안 하고 맨날 울음소리나 듣고 계셨나 봅니다. 애들은 아저씨 주위에 둘러 앉아 뭐도 다시 한번 내보세요, 뭐도 다시 한번 내보세요 하면서 마냥 신기해 하고... 오늘의 대히트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날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집니다. 오늘은 하다가 먹던 자일리톨 껌이 차 안에 있었는데, 이게 빌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껌이 먹고싶다고, 하다에게 하나만 달라며 갖은 아양과 공약을 다 내걸고... 하다는 튕기기도 하고...
"안돼, 이건 내가 이빨 닦는 거 대신 먹는거란 말이야."
"하다야, 풍선껌 줄게."
"하다야, 사탕 줄게."
"좋아."
이 때, 뜬금없는 상연이의 한마디,
"어, 사탕도 이빨 썩는 거잖아, 선생님 사탕도 이빨 썩는 거죠?"
딴에는 양치질 대신 씹는 껌이라 했는데, 사탕 준다는데 하다가 좋다하니까 이치에 맞지 않다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도 뭐 저도 곧,
"하다야, 자갈치라는 과자 있어. 과자 줄게."
하면서 과자를 내놓습니다.
온갖 공약으로 세 개씩 껌을 얻어먹는 아이들이 내려서 달려가자, 그 아이들 뒤에 대고 소리지르는 하다,
"잘 가, 약속 지켜야 돼. 약속 잊으면 안 돼. 잘 가!"
그 와중에도 두 개 밖에 못 얻어먹었다고, 하나 더 달라고 조르는 무연이,
"무연아, 내가 자일리톨 껌 공장 차려서, 너한테 껌 한 상자 줄게."
무연이 "와!" 하고 달려갑니다. 물론 곧 다시 와선 언제 공장 차릴 거냐고 따졌지만...

함분자

2003.09.20 00:00:00
*.155.246.137

옥샘 몸조리 잘 하셔서 얼릉 기운차리셔서 씩씩한 모습 보여주세요^^*

분자야 이러면 안되요

2003.10.08 00:00:00
*.155.246.137

분자야 이러면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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