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1103 추천 수 0 2003.09.22 22:39:00
4336. 9. 22. 달날

오늘 하늘 한번 보셨나요? 와, 정말 완연한 가을하늘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한 조각씩 떼어서 보내드리고 싶은 하늘이었습니다.

오늘 식구가 늘었습니다. 궁촌(영화 '집으로' 촬영지)에서 아이들이 다섯 명이 왔습니다. 여섯 명인데 오늘 한 명은 안 왔네요. 새로운 아이는, 진아, 형민이, 형주, 상만이, 왕진이. 식구가 열한 명이나 됩니다. 민근이나 무연이, 상연이는 학교 들어와서 처음 오는 아이들에게 아는 체 하느라 바쁩니다. 망치가 어떻고, 쫄랑이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저떻고...

옥 샘이 먼저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았지요. 그리고 물꼬가 하려는 공부와 샘들이 각자 어떤 걸 맡고 있는지, 물꼬에선 어떻게 지내는지, 필요한 얘기들을 하셨습니다. 움찔움찔하고 가만히 못 있는 아이들도, 너무나 진지하게 하는 얘기들을 잘 듣고 있습니다. 너무나 진지하게 얘기해서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교장샘 말씀! 그리고 이번 주부터 하기로 한 요가와 명상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잘 듣고 하기...
그런데 하다는 영어시간 때처럼 자기가 시범을 보이고 싶은가 봅니다. 엄마한테 자기가 할 줄 아니까 먼저 하겠다고 하면서 말하자면 조교로 써 달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러더니 정작 옥샘은 옆에 있는 진아를 보면서 자세 좋다고, 모두 진아보고 하라고 얘기하는데, 하다는 자기도 보라고 하세요 하면서 혼자 말하더니 남들 얘기 듣고 있을 때도 내내 '산'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보지도 않는데... 저 혼자 얼마나 속으로 웃었는지요... 저게 팔을 계속 위로 뻗고 있어야 해서, 팔이 아플텐데, 아프단 말도 안 하고 얼굴도 안 찡그리고 자세롤 취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보도 안하는데, 혼자 열심히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섯 살짜리 한 꼬마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명상도 하고 나서 편안히 둘러앉아 옛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거 얼마나 재밌는데." 하면서 상연이는 옆에 꼭 붙어 앉습니다. 애들도 참 열심히도 듣습니다.

오늘 간식은 짜장면입니다. 우리 손 큰 희정샘은 애들 많이 온다고 또 많이도 삶아냈습니다. 이건 간식이 아니고 끼니입니다. 애들 입 주위가 새까매가지고 잘도 먹습니다. 마냥 신기한 왕진이는 때때로 와서 밖에 나가 놀아도 돼냐고 물어보고...

저학년은 그림이고 고학년은 과학입니다. 고학년이, 6학년 민근이와 5학년 진아와 4학년 무연이, 상남이, 형주, 왕진이 모두 여섯입니다. 오늘은 연을 만들었는데, 4학년 아이들은 서로 도와서 만드네요. 그 모습도 참 보기 좋대요. 민근이와 진아도 서로 힘을 합해서 만들고... 다 못 만들어서 다음 시간에 또 만들자 했습니다.
저학년은 오늘 3학년 형민이만 더 들어온 거지요. 벽걸이를 만드는데, 골판지에 털실을 하고 싶은 모양대로 감고, 거기다 꽃이나 풀잎 같은 걸 꽂습니다. 정말 그럴듯한 벽걸이 장식이 되네요. 형민이는 다 만들고 나서 집에 가져가겠다고 그러고...

한데모임하러 둘러앉았습니다. 새로운 애들도 다 순하네요. 뭐 애들이란 백 번도 더 변하는 게 애들이기 때문에 첫인상을 믿어서는 안 되지만...^^
애들이 많으니 활기도 넘치고 좋습니다. 학교가 다 북적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끼리도 이미 아는 사이들이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관계를 맺는 시간이기도 할테구요.
민근이만 먼저 보내고 차유랑 궁촌 아이들이 같이 갔습니다. 궁촌을 못 가 봐서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상연이 말 덕분에, 궁촌을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곳곳에 내려서 가는 아이들 얼굴이 다 밝고, 큰 소리로 인사도 합니다. 저들도 좋았나 봅니다. 나와 계시던 형민이 어머님이랑은 잠깐 얘기도 했지요.

궁촌 애들 다 보내고 차유를 오니, 어둑한 밤입니다. 다음부턴 차유에서 먼저 다 내리기로 하고, 오늘은 애들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오다가 술 취하신 듯 길에 쓰러져 있는 아저씨를 봤는데, 주리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119에 전화해야 한다고 집에 뛰어들어갔습니다.
학교 돌아오니, 거의 1시간이 지났네요. 날이 많이 어둡습니다. 정말 완연한 가을인가 봅니다. 익어가는 이 계절처럼, 아이들과의 만남도 잘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
1.
해림이가 저 얼굴 앞에다 은행알을 자꾸 흔들어 댑니다. 냄새 나게 갖다대기도 하고... 운전하는 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뒤에서 하다도 그럽니다.
"운전하는데 그러면 안 돼. 또 사고나면 안 된단 말이야. 우리 갤로퍼 차도 지금 사고 나서 없어. 이 차 하나밖에 없어. 이 차도 사고나면 우린 못 살아. 굶고 살아야 돼."
저는 사고나면 다치고 큰일 나니 안 된다고 말하는 줄 알았죠. 괜히 해림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사고났나보죠?"
2.
주리 : 선생님 집까지 데려다주세요.
나 : 왜, 걸어서 가면 되지.
주리 : 어둡단 말이에요. 무서워요. 불(헤드라이트) 한번 꺼 보세요.
(불을 껐습니다.)
주리 : 봐요. 대개 어둡잖아요.
나 : 뭐가... 다 보이네, 뭘.
주리 : 아니에요. 하나도 안 보여요.
3.
주리 : 선생님, 이게(속도계 바늘) 올라가면 빨리 가는 거죠?
나 : 어엉.. 주리야, 차가 빨리 가면 이게 올라가는 거야. 이게 올라가면 차가 빨리 가는 게 아니고...
주리 : 앞이나 똑바로 보세요.
나 : 네, 알았습니다.

강혜숙

2003.09.23 00:00:00
*.155.246.137

안녕하세요?
어제 궁촌에서 처음으로 입학한 형민이 엄마랍니다.
가끔 날적이에서 뵈었던(?) 상범 샘을 직접 만나서 기쁘기도 했고 우리
형민이가 너무 행복하고 들뜬 얼굴로 들어와서 더없이 즐거웠던
날이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궁촌 아이들에게도 물꼬의 자유를 즐기게 해주심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저희 형민이가 오늘 차안에서 멀미를 좀 했는지 힘없이 들어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까 물꼬에서의 즐거웠던 이야기가
주절 주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얘기를 합니다.
조만간 저희 궁촌에서 바쁜일들이 끝나면 엄마들이 뭉쳐서 찾아
뵙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7649
»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09-22 1103
4657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2003년판) [19] 물꼬 2003-09-22 12556
4656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09-23 1030
4655 9월 27일 물꼬로 염색 오시는 분들께, 운지, 2003-09-24 863
4654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09-25 959
4653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2] 신상범 2003-09-25 999
4652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4] 신상범 2003-09-26 1059
4651 하다야 정말 고마워 ..... [1] 하다 진아 2003-09-27 955
4650 와아~ 물꼬, 입쁘게 단장했군요오오오!! +_+/ [4] 조은 2003-09-28 864
4649 배고파요,배고파ㅠ_- movie [2] 조은 2003-09-28 916
4648 안녕하세요^^ 시원 2003-09-28 859
4647 오늘 못가서 죄송해요 [2] 진아 2003-09-29 888
4646 물꼬 많이 바쁜가봐요 [1] 은결엄마 2003-09-29 927
4645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09-29 1067
4644 9월 마지막 흙날 해날에 [2] 옥영경 2003-09-29 1019
4643 기표입니다... [9] 히어로 2003-09-30 878
4642 날적이를 씁니다 [2] 진아 2003-09-30 934
4641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 운동회! [3] 신상범 2003-09-30 1090
4640 선생님^^* [3] 김지윤 2003-10-01 1082
4639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0-01 9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