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961 추천 수 0 2003.09.25 02:21:00
4336. 9. 24. 물날

해림이는 들어오자마자 옥선생님을 찾습니다. 희정샘이, 영동대 가셨다하니, 안 되는데... 우리 요가하고 책 읽어줘야 하는데.. 그럽니다.
"상범샘이 읽어주면 되지."
"아니, 그래도 동화책은 교장선생님께서 읽어줘야 하는데..."

애들이 운동장에 있는 천막 위에 옹기종기 앉아 있길래, 뭐하나 가 보았더니, 강아지 한 마리씩 안고 앉아있습니다. 애고, 강아지들도 이 애들 때문에 한동안 귀찮게 생겼습니다. 앉아있던 애들 다 일으켜 세워서 다시 어미한테 갖다 놓고 다시 오라고 해서, 천막을 같이 갰습니다.

옥샘이 안 계셔서 제가 아이들이랑 요가, 명상도 하고, 옛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나가서 장갑도 끼고, 포대자루도 들고, 밤 주우러 갔습니다. 학교 뒤쪽으로 밤이 많이 떨어져 있지요. 물론 벌레가 다 먹었지만, 염색할 거라 상관없습니다. 밤 줍는데, 따가우니까, 장갑을 한쪽으로 두 개 끼는 아이도 있고, 나뭇가지를 잘라서 젓가락 삼아 밤을 줍는 아이도 있습니다. 민근이랑 같이 밤을 자루에 담고 있었는데, 민근이가 거의 다 찼다고 애들한테 자랑하니까,
"샘이랑 같이 하고 있잖아. 둘이 할려면 다른 아이들이랑 해야지. 샘은 도사잖아."
애들한테 샘은 뭐든지 잘 하는 사람이지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 줍고 학교로 돌아오니, 희정샘이 전을 부치고 있습니다. 감나무 아래 평상에 모두 둘러 앉아 먹는 부침개도 참 꿀맛입니다. 애들도 정말 잘 먹구요. 상연이는 오늘 온 형주 동생 형기에게,
"자유학교 되게 좋지?"
그럽니다. 형기도 2학년이라, 상연이가 친구라고 잘 챙겨줍니다.
왕진이는 하다 없으니 심심하다고 여러번 말합니다. 옆에서 민근이는 하다 없는 세상 천국이라고 그러고 있고...
그리고 곧바로 평상에서 염색을 했습니다. 먼저 밤을 다 까고 물에 끓이고 천을 넣어서 같이 끓이고 헹궈서 백반 물에 다시 끓이고 다시 헹구고... 그 사이사이 시간에 긴줄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운동회 때문에 연습하고 있다나... 그런데 물꼬에서 하는 게 훨씬 재밌답니다. 그리고 이게 운동도 되게 많이 됩니다.
하고 있는데, 나갔던 옥샘이랑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공부도 마무리하고, 오늘은 아이들이랑 옥샘, 희정샘, 하다가 모두 같이 탔습니다. 애들 다 데려다주고 저희는 오늘 김천 직지사에서 하는 산사음악회에 가려구요.

가는 길에 옥샘은 형민이와 한참을 얘기했습니다. 아버님은 무슨 연구를 하시는지... 일요일엔 뭐하는지.... 형민이가, 아빠는 '회장님이가' 하란 일을 한다느니, 말할 때마다 '회장님이가'라고 얘기해서 얼마나 웃었는지요.
옥선생님 앞 무릎에 앉았던 주리는 동화책 하나를 들고, 읽어달라 합니다. 옥선생님이 읽어주고 있는데, '옹달샘'이 나왔지요. 주리는 옹달샘이 뭔지 설명해 달라 하고.. 정말 참 이쁜 학교 모습(선생님과 학생의) 같았습니다.
한참을 우리가 배운 노래를 불러 제꼈습니다. 고향바다에서 어머니가 참 좋다를 거쳐 순복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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