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1054 추천 수 0 2003.09.25 21:18:00
4336. 9. 25. 나무날

요즘 애들이 운동회 연습하느라 늦게 옵니다. 오늘도 거의 4시 다 돼서 왔네요.
바로 요가하고 명상하고 옛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다는 요가 참 잘합니다. 아침에 식구끼리 할 때는 잘 안 하더니, 그러면서도 다 보고 배웠는지, 잘 합니다. 그야말로 조교입니다.
참, 오늘 궁촌 아이들은 무슨 학습지 하는 날이라고 형민이 혼자만 왔습니다. 형민이는 들어오자 마자 상연이랑 졸랑이 집 옆에 붙어있습니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애들 오기전에 궁촌에서 형민이, 진아, 상만이 어머님 세 분이 오셨습니다. 감나무 평상에서 잠깐 말씀 나누시고 가셨는데, 애들 간식으로 먹으라고 포도랑 고구마를 가져오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애들이랑 잘 먹었지요. 고맙습니다.

해림이가 수학을 못해서 고민이랍니다. 어머님도 학원에 보내야 하나, 하신다네요. 오늘 그래서 교장선생님께서 생각이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다고 했더니, 해림이가 하고싶다, 한껏맘껏(쉬는 시간,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시간) 안 해도 좋으니 하고싶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주리도 덩달아 자기도 하고 싶다 하네요. 그야말로 물꼬는, 시간은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시간 잘 써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학년은 그림이고 저학년은 과학입니다. 고학년은 저번에 만들던 사진 액자를 마저 만들었습니다. 뒤에다 사진을 붙이니, 정말 그럴듯한 액자가 됩니다.
저학년은 과학입니다. 거울보기하는데, 하다가 하고 있었지요.
주리 : (작은 목소리로) 하다야, 날짜 써 줄까?
하다 : (큰 소리로 거울보기 하고 있다가) (역시 작은 목소리로) 아니, 좀 있다가. 지금 거울보기하고 있잖아.
근데, 오늘 실험을 못 했습니다. 얘기를 잘 안 듣고 왔다갔다 하고... 그래서 저한테 좀 혼나기도 하구요. 잘 들었으면 좋겠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듣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오늘 할 실험은 다음 시간에 하자 그랬더니 막상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하다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전 안 떠들었어요. 지금 실험하고 싶어요. 아-앙!"
다른 애들도 풀이 죽어 입이 닷발은 나와 있고...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이런 날도 있는 거야. 다음엔 잘 하면 되잖아.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하다야. 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뚝!"
울음을 그치고 잠시 듣던 하다는 제 얘기가 끝나자 또 웁니다.
"하다야, 다음주는 금방 와. 너가 몇 밤만 자고 나면 금방 다음 시간이 될거야."
근데 옆에 있던 주리가요, 저한테 귓속말로,
"선생님 하다한테 세 밤, 아니 두 밤만 자면 된다고 말해줘요. 거짓말로."
근데 하다가,
"금방 와요?"
그랬더니, 글세 지가 먼저 두 밤만 자면 된다고 거짓말을 하네요. 딴에는 하다를 안심시키느라고... 그래도 하다는 옆에 와서 계속 슬픈 척을 하고... 평가를 하는데 주리가 한마디 더 합니다.
"우리도 6살 때, 병설유치원 다닐 때, 참는 거 많이 참았거던요. 하다도 참을 줄 알면, 어 더 똑독해질거에요. 그럼 더 나아질 건데..."
형민이는 이번주 처음 와서 처음 과학을 하는 건데 실험을 못해서 아쉬웠다고 합니다. 상연이는 오늘 학교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네요. 근데 정작 더 걱정하는 것은 그 안에 있던 강아지 키우는 계획입니다. 계획표를 잘 세워오면 졸랑이 강아지 중에 한마리 줄 지 생각해보겠다고 했거던요. 그걸 잃어버렸다고 울상입니다.
"근데 계획은 다 생각나요. 다시 써 올 수 있어요."
"그래, 계획표는 다시 써오면 되고... 근데 너 가방 잃어버리면 내일 학교도 못 가겠네."
"...네." 너무나 진지한 상연이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상연이는 오늘 가방도 안 메고 자유학교에 온 겁니다.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나서 한데모임하러 앉았습니다. 내일 들공부 간다고 하니, 다들 너무나 좋아합니다. 내일은 도토리 주우러 갑니다. 좋겠지요?

강무지

2003.09.26 00:00:00
*.155.246.137

이쒸이~~~~~~.
도토리줍기 프로젝트는 해마다 가을이면 감행하는 거사중의 하나인디....
빨리 마무리하고 다람쥐마냥 돌아댕기고 싶습니다...흑흑.

???

2003.10.08 00:00:00
*.155.246.137

강무지 이녀석 다람쥐 될려면 도토리랑 싸이 아이뒤 있어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0964
2540 저도요 。 부탁드려요 - [3] 들고양이 2003-12-19 1031
2539 안녕하세요, [7] 운지, 2003-12-31 1031
2538 해달뫼 김장축제 해달뫼 2004-11-06 1031
2537 매듭잔치 file 도형빠 2004-12-27 1031
2536 죄송해요.... 정말 [2] 이영화 2007-01-04 1031
2535 [답글] 세온이... 옥영경 2007-07-02 1031
2534 한여름입니다. [1] 김은숙 2008-06-14 1031
2533 1996년 서울대 공대저널에서 물꼬를 봤어요 [1] 공돌이 2010-10-26 1031
2532 소식지 받아 볼 수 없을까해서요.. ^^ 유효진 2004-12-07 1032
2531 기표샘!운지샘!보세요~~~~~~~~~~~~~~~~~ [2] 『유민이』 2005-01-01 1032
2530 품앗이 계자 [1] 염화 2005-06-14 1032
2529 서울도착했습니다아 [9] 최지윤 2007-08-14 1032
2528 물꼬 돌잔치 참석이요 ^^ [6] 희중샘 2008-04-11 1032
2527 옥샘!!!어떻하죠........ㅠ.ㅠ [5] 희중샘 2010-12-01 1032
2526 오늘 혜림언니 만났는데요..^^ 유승희 2001-12-08 1033
2525 Re..보고잡은 성원 옥영경 2001-12-15 1033
2524 물꼬 계자 후유증 [1] 세호,지호 엄마 2004-06-09 1033
2523 아주~ 감동적인 Korea 역사의 발전...!! movie 알고지비 2004-11-22 1033
2522 사랑타령 [1] 호준아빠 2004-12-17 1033
2521 잘 도착했습니다. [1] 정미혜 2005-07-11 103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