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999 추천 수 0 2003.09.25 21:18:00
4336. 9. 25. 나무날

요즘 애들이 운동회 연습하느라 늦게 옵니다. 오늘도 거의 4시 다 돼서 왔네요.
바로 요가하고 명상하고 옛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다는 요가 참 잘합니다. 아침에 식구끼리 할 때는 잘 안 하더니, 그러면서도 다 보고 배웠는지, 잘 합니다. 그야말로 조교입니다.
참, 오늘 궁촌 아이들은 무슨 학습지 하는 날이라고 형민이 혼자만 왔습니다. 형민이는 들어오자 마자 상연이랑 졸랑이 집 옆에 붙어있습니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애들 오기전에 궁촌에서 형민이, 진아, 상만이 어머님 세 분이 오셨습니다. 감나무 평상에서 잠깐 말씀 나누시고 가셨는데, 애들 간식으로 먹으라고 포도랑 고구마를 가져오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애들이랑 잘 먹었지요. 고맙습니다.

해림이가 수학을 못해서 고민이랍니다. 어머님도 학원에 보내야 하나, 하신다네요. 오늘 그래서 교장선생님께서 생각이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다고 했더니, 해림이가 하고싶다, 한껏맘껏(쉬는 시간,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시간) 안 해도 좋으니 하고싶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주리도 덩달아 자기도 하고 싶다 하네요. 그야말로 물꼬는, 시간은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시간 잘 써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학년은 그림이고 저학년은 과학입니다. 고학년은 저번에 만들던 사진 액자를 마저 만들었습니다. 뒤에다 사진을 붙이니, 정말 그럴듯한 액자가 됩니다.
저학년은 과학입니다. 거울보기하는데, 하다가 하고 있었지요.
주리 : (작은 목소리로) 하다야, 날짜 써 줄까?
하다 : (큰 소리로 거울보기 하고 있다가) (역시 작은 목소리로) 아니, 좀 있다가. 지금 거울보기하고 있잖아.
근데, 오늘 실험을 못 했습니다. 얘기를 잘 안 듣고 왔다갔다 하고... 그래서 저한테 좀 혼나기도 하구요. 잘 들었으면 좋겠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듣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오늘 할 실험은 다음 시간에 하자 그랬더니 막상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하다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전 안 떠들었어요. 지금 실험하고 싶어요. 아-앙!"
다른 애들도 풀이 죽어 입이 닷발은 나와 있고...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이런 날도 있는 거야. 다음엔 잘 하면 되잖아.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하다야. 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뚝!"
울음을 그치고 잠시 듣던 하다는 제 얘기가 끝나자 또 웁니다.
"하다야, 다음주는 금방 와. 너가 몇 밤만 자고 나면 금방 다음 시간이 될거야."
근데 옆에 있던 주리가요, 저한테 귓속말로,
"선생님 하다한테 세 밤, 아니 두 밤만 자면 된다고 말해줘요. 거짓말로."
근데 하다가,
"금방 와요?"
그랬더니, 글세 지가 먼저 두 밤만 자면 된다고 거짓말을 하네요. 딴에는 하다를 안심시키느라고... 그래도 하다는 옆에 와서 계속 슬픈 척을 하고... 평가를 하는데 주리가 한마디 더 합니다.
"우리도 6살 때, 병설유치원 다닐 때, 참는 거 많이 참았거던요. 하다도 참을 줄 알면, 어 더 똑독해질거에요. 그럼 더 나아질 건데..."
형민이는 이번주 처음 와서 처음 과학을 하는 건데 실험을 못해서 아쉬웠다고 합니다. 상연이는 오늘 학교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네요. 근데 정작 더 걱정하는 것은 그 안에 있던 강아지 키우는 계획입니다. 계획표를 잘 세워오면 졸랑이 강아지 중에 한마리 줄 지 생각해보겠다고 했거던요. 그걸 잃어버렸다고 울상입니다.
"근데 계획은 다 생각나요. 다시 써 올 수 있어요."
"그래, 계획표는 다시 써오면 되고... 근데 너 가방 잃어버리면 내일 학교도 못 가겠네."
"...네." 너무나 진지한 상연이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상연이는 오늘 가방도 안 메고 자유학교에 온 겁니다.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나서 한데모임하러 앉았습니다. 내일 들공부 간다고 하니, 다들 너무나 좋아합니다. 내일은 도토리 주우러 갑니다. 좋겠지요?

강무지

2003.09.26 00:00:00
*.155.246.137

이쒸이~~~~~~.
도토리줍기 프로젝트는 해마다 가을이면 감행하는 거사중의 하나인디....
빨리 마무리하고 다람쥐마냥 돌아댕기고 싶습니다...흑흑.

???

2003.10.08 00:00:00
*.155.246.137

강무지 이녀석 다람쥐 될려면 도토리랑 싸이 아이뒤 있어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7721
4658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09-22 1104
4657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2003년판) [19] 물꼬 2003-09-22 12563
4656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09-23 1030
4655 9월 27일 물꼬로 염색 오시는 분들께, 운지, 2003-09-24 863
4654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09-25 960
»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2] 신상범 2003-09-25 999
4652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4] 신상범 2003-09-26 1060
4651 하다야 정말 고마워 ..... [1] 하다 진아 2003-09-27 956
4650 와아~ 물꼬, 입쁘게 단장했군요오오오!! +_+/ [4] 조은 2003-09-28 865
4649 배고파요,배고파ㅠ_- movie [2] 조은 2003-09-28 917
4648 안녕하세요^^ 시원 2003-09-28 860
4647 오늘 못가서 죄송해요 [2] 진아 2003-09-29 888
4646 물꼬 많이 바쁜가봐요 [1] 은결엄마 2003-09-29 927
4645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1] 신상범 2003-09-29 1067
4644 9월 마지막 흙날 해날에 [2] 옥영경 2003-09-29 1019
4643 기표입니다... [9] 히어로 2003-09-30 879
4642 날적이를 씁니다 [2] 진아 2003-09-30 934
4641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 운동회! [3] 신상범 2003-09-30 1090
4640 선생님^^* [3] 김지윤 2003-10-01 1082
4639 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0-01 9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