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1059 추천 수 0 2003.09.26 23:44:00
4336. 9. 26. 쇠날

오늘은 들공부 가는 날입니다. 김밥도 싸서 부리나케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농협 창고에 갔더니 애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꼬 선생님이다!"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떽떽 뛰어옵니다. 안 보이던 진아와, 민근이, 형민이도 곧 뛰어오고. 형기는 무슨 문제집 같은 거 한다고 못 온다 하네요. 친구 왔다고 상연이가 좋아했었는데... 참 상연이는 가방을 찾았습니다.

우린 우선 진아네로 가기로 했습니다. 진아 어머님이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아신다네요. 한 차 가득 실고 진아네로 갔습니다. 어머님께서 준비하고 계십니다. 가서 먹자고 포도즙도 한봉지 가득 챙겨주시구요. 차를 타러 오셨는데, 뭐라 말씀드릴 새도 없이 뒤 트렁크에 타버리시네요. 희정샘이 트렁크에 타려고 있다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지요.

우리들은 진아 어머님이 가르쳐 주시는 길로 갔는데, 왜, '집으로'란 영화 있었지요? 그 '집'으로 가는 길이더라구요. 옆에 다리가 큰 게 하나 있었는데 주리의 한마디!
"그 다리 참 잘 지었는데!"
물을 건너야 하는데 그 전에 차를 세우고 봉지랑 장갑이랑 바리바리 챙겨서, 뉘는 그냥 첨벙첨벙, 뉘는 누구 등에 업혀서 건너갔습니다. 애들은 건너가면서부터 물놀이 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래, 해도 되지. 대신에 갈 때 걸어서 가."

각자 봉지 하나씩 들고 장갑도 끼고 산을 올랐습니다. 진아 어머님이 선두에 서서 진두지휘하시면서 길을 안내하시고, 뒤를 따라가면서 떨어진 것들 줍기도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저는 맨 뒤에서 따라갔는데, 도착하니 벌써 한봉지 가득 담고 있습니다. 참 줍는 게 도토리인 거 아시죠? 근데 애들이 한 무리 내려갑니다. 물놀이 간다네요. 그래서 제가 뒤따라 갔습니다.
애들은 벌써 윗통 벗어제끼고 물 속에서 준비운동 하고 있습니다. 역시 시골아이들이라 그런지 물, 별로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윗통 벗고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참 애들이다 싶습니다. 제가 둑에 앉아있으니, 옷을 저한테 맡기고 들어갑니다. 뒤늦게 온 무연이는 정말 제 옆에서 웃옷, 바지, 양말, 신발.. 한짐 벗어놓고 들어가네요. 무연이는 와 배가 정말 삼.겹.살.입니다. 망설이던 하다도 신발만 벗고 들어가고, 가끔 저한테 와서,
"삼촌, 어디까지 들어가면 돼요?"
하면서 제 손으로 무릎, 무릎보다 조금 위를 가리키며 가늠을 하는데, 허락을 받으러 온 것이지만, 벌써 옷은 바지까지 다 젖어있습니다.
"어, 다 젖었네, 어떻하지요, 삼촌?"
그 하다를 진아는 참 잘 데리고 놉니다. 이제 5학년인데, 다 키웠다 싶습니다. 어머님이 잘 키우셨구나 싶대요. 주리와, 참 오늘 주리를 따라온 친구 민정이는 둘이서 또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륵거리며 발등만 겨우 잠기는 물에서 놀고있고, 좀 있다 해림이도 들어와서 같이 놀고... 남자 애들은 역시 남자 애들답게 머리까지 잠기는 물에 들어가서 물장구치고 있고... 일찍 나온 형주와 형민이는 가끔 물 속으로 돌을 던지다 저한테 혼나고...
지는 햇살이 반짝거리는 물에서 애들은 정말 한 마리의 은어였습니다. 그 풍광이 어찌나 이쁜지 둑에 앉아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자, 이제 다 나와라. 나와서 말려야겠다. 안 말리면 정말 차 안 태워줄거야.'
정말 딱 한번이라며, 상남이는 물장구를 치고, 모두들 나와, 되는 대로 웃옷이며 손수건으로 닦고, 따뜻하게 데워진 바위 위에 앉아 몸을 말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근이와 무연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왜 또 오늘은 나뭇가지 하나 가지고 싸우는지... 무연이가 나뭇가지를 갖고 있고, 민근이는 그 나뭇가지를 뺏고 있습니다.
"그걸 왜 굳이 뺏어려 하냐?" 물었지요.
민근 : 이제 이거 버려야돼요.
상범 : 버려도 지가 버리지, 니가 왜 그래?
한풀 꺾인 민근이가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습니다.
무연 : 맞아요. 그리고 아까 맹구가 물 속에서 자꾸 저를 떠밀었단 말이에요.
이럴 때, 무연이가 또 꼭 한마디 하죠. 그래서 분쟁이 끝나지 않고...
잠깐 딴 데 보다가 다시 보니, 역시나.... 또 그 나뭇가지를 잡고 밀고 댕기고 하고 있습니다. 참 나, 무슨 보물단지도 아니고...
상범 : 또 왜 그래?
민근 : 아, 이걸로 절 찔렀단 말이에요.
기가 산 무연이가 가만 있지 않고, 민근이를 건드렸나 봅니다. 뭐, 가관도 아닙니다. 둘이서 나뭇가지 하나 가지고 밀고 댕기고 하고 있는데, 민근이는 그 나뭇가지를 굳이 부러뜨리려고 돌 위에 갖다대고 있고... 그러다 결국 그 나뭇가지가 부러졌는데, 둘이는 이제 말로 서로 싸우고 있고.... 그러다 한 대 때린 무연이가 웃으며 도망가다 자갈 위에서 미끄러져 발가락에 피가 나고... 아이고 머리가 다 아픕니다.
"안 되겠다. 민근이랑 무연이는 이제 자유학교 올 수가 없겠다. 애들 와서 공부할 때, 너희들은 둘이 만나서 싸우고 있어. 알았지?"
아파서 울고 불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연이는 "싫어요. 자유학교 올 거에요." 그러고... 둘이 안 싸우면 이제 심심할 것 같습니다.

진아어머님이랑 교장선생님이랑 희정샘이 내려오시는데, 와, 정말 도토리가 한 말은 넘겠습니다. 이제 모두 차에 탔습니다. 농담 삼아 젖은 사람들은 뒤 트렁크에 타라 했는데, 상연이는 정말 진지하게 자기 옷의 젖은 상태를 보여주며 뒤에 타야하냐고 묻습니다.

우리는 형민이네로 갔습니다. 형민이 아버님이 약을 연구 하시는데, 폐교된 황학초등학교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늘 들공부 간다 하니, 형민이 어머님께서 학교 와서 부침개도 부쳐먹고 하자고 하셨거던요.
작고 아담한 학교입니다. 어머님이 자리 깔고 준비하고 계십니다. 같이 오신 진아 어머님께서 바로 부엌에 들어가셔서 도우시는데, 정말 빠르십니다. 역시 아줌마는 아줌맙니다.
찬합에 싸 간 김치김밥을 열어 본 주리의 또 한마디!
"와, 간식이 장난이 아닌데!"
은행나무 그늘 아래 둘러앉아 김밥이며, 부침개며 진아네서 온 포도즙도 같이 먹었습니다. 다 못 먹을 것 같더니, 그걸 다 먹습니다. 부침개도 계속 부쳐내고.
무연이는 발에 약도 바르고 밴드도 붙였지요. 옆에서 밴드 예찬론자, 하다가 밴드 붙이면 된다고 하면서 손수 밴드도 뜯어줬지요.
진아 어머님은 성격이 참 털털하신 것 같습니다. 아들 왕진이가 김밥에 벌레 들어갔다고 안 먹는다 했는데, 빼내고 먹으라네요. 그 어머님께서 무연이에게도 한말씀 하셨지요.
"너 집에선 말 안 듣는다고 맞잖아. 니가 여기나 되니까 사람 대접 받지."
그런데 옆에 있던 상연이가, "안 맞아요."
어머님이, "화나면 맞잖아."
다시 상연이가, "화 안 나게 하면 돼요." 역시 너무나 진지하게...

잠시 쉬다가 진아네랑 형주를 태워주고 돌아왔더니, 아까 출장 가신 형민이 아버님이 돌아오셔서 황간역에 마중나간 어머님께서 와 계십니다. 인사하고 잠시 과일 먹으며 앉아있다 나왔습니다.

자연에 애들을 풀어놓으면, 애들은 금방 자연의 일부분이 됩니다. 그 모습이, 정말 보기좋습니다. 어른들이, 잃어버린 모습입니다.


승부사

2003.09.27 00:00:00
*.155.246.137

자연의 일부분..... 네 잘보고 갑니다. 필자님 수고하세요

조은

2003.09.28 00:00:00
*.155.246.137

음..하다는 말도 잘하게 된 건가요..ㅠ_-
보구싶군요..

진아

2003.09.28 00:00:00
*.155.246.137

날적이 공부 갔을때 넘 좋았어요 하다랑 물놀이도 하고 하다랑 물놀이 할때가 제일 좋앗다/////

지현

2003.08.09 00:00:00
*.155.246.137

음..하다는 말도 잘하게 된 건가요..ㅠ_-
보구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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