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890 추천 수 0 2003.10.13 22:13:00
2003년 10월 8일 물날

일주일 중에 가장 일찍 아이들이 오는 날인데도 어째 요즘은 수요일에도 세시반이 넘어야 들어옵니다. 뭐래도 좀 하려면 늘 시간이 아쉽습니다.
오늘은 느즈막히 들어온 아이들이 우당탕탕 학교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중에도 교장샘과 상범샘은 갑자기 생긴 일을 처리 하느라 분주합니다. 간식준비하던 희정샘이 내려와 아이들과 명상과 요가를 시작합니다. 학교에 들어와 잠깐 사이에 남자아이들이 벌써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어 화가난 두용이와 대원이를 진정시키고 아이들을 모으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들어오자 마자 뜨개질 바늘과 실을 들고 앉은 주리와 민근이는 움직일 생각을 않습니다. 어째 젤 관심없을 것 같던 두놈이 정말 열심입니다.
아이들 도움으로 요가와 명상을 하고 동화책을 읽습니다. 천근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옛날 얘기에 아이들이 코를 박고 듣습니다. 뜨개질 하며 동생들에게 장난을 걸던 민근이가 구박을 받습니다. 얘기 가운데 나오는 오줌장군, 똥장군이 뭐냐고 묻는 무연이 설명해주시까 자기집에 그게 있답니다. 해림이네도 있다네요. 아직도 그런 게 있나봐요.

진아, 왕진이네서 온 고구마로 간식을 먹습니다. 고구마 먹을 때는 하나씩 들고 돌아 다니는 통에 오늘은 약속을 받았습니다. 잘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아이들만 먹겠다고요. 고구마 위에 김치 한쪽씩 척척 얹어서 참말 잘도 먹습니다. 상연이는 김치 없으면 고구마를 못먹는다네요. 하다도 옆에서 따라서 먹습니다. 고구마 먹은 자리는 무연이가 청소했습니다.

간식 먹고 나서 오늘도 뜨개질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한뼘남짓 뜬 주리가 젤 부럽고 그담은 고개도 안들고 하고 있는 민근이가 손바닥 만합니다. 대원이는 설명을 한번에 잘 알아듣습니다. 지난주에 배운 코잡는 법을 다 잊어먹은 형주는 한번 보여주니까 금새 합니다. 누나가 잘 하니까 안배워도 된다던 왕진이도 제법 진득이 앉아있습니다. 해림이는 한줄 겨우 뜨면 곧잘 풀어버립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고자립니다.
그렇게 뜨개질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아직 손끝의 미세한 동작이 맘대로 안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도, 정말로 열심히 합니다. 뭐래도 하나 만들겁니다. 하다못해 무릅보호대나 주머니라도. 그때까지 맨날맨날 뜨개질 하자는 아이들 성화를 어찌할 지가 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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