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던 주말, 날씨 좀 봐!

연어의 날이다.

보고 싶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더 간절하게 그립게 했을지도.

 

기락샘과 점주샘과 햇발동 창고동 청소를 하며 아침을 열다.

낮밥상에 벌써 절반이 들어왔네.

선정샘과 수진샘과 휘령샘과 준한샘과 수범이와 건호.

하다샘과 수지샘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연어의 날이라면

물꼬의 인연들이 한 해 한 번은 모여 그야말로 밥 한 번 먹읍시다하는 자리.

따순 밥 한 끼 멕여 세상으로 보내는 자리랄까.

김 오르는 밥, 물꼬에서 담은 된장, 물꼬 드레싱,

우리 키운 고추, 우리 캐낸 감자, 우리 담은 파김치, 우리 말린 시래기, 우리 빻은 고춧가루, 우리 수확한 마늘...

실하게 먹고 한 걸음 더 걸어줘 하는.

 

오후 남자샘들과 수범이가 마당에 타프를 치고 뒤란의 아이들 뒷간 장판을 바꾸고.

선정샘과 수진샘과 휘령샘과 점주샘은 아침뜨락의 감나무 아래 풀을 맸다.

저녁밥상은 윤실샘이 도우다.

영진샘은 햇발동에서 나와 있는 베개들에 베갯잇을 씌웠지.

우리는 모두 초대 받은 손님이면서 또한 주인장들이기도.

언제나처럼 같이 잔치마당을 차리고 같이 누릴 것이다.

 

저녁버스로는 누가 들어왔더라...

수지샘은 채성이만 부려놓고 떠났고,

재훈샘과 진주샘이 조금 더디게 함께 닿았네.

해마다 연어의 날만이라도 오자 하고 6월 마지막 주는 일정을 비운다는 재훈샘과

몇 해 만에 찾아든 진주샘이라.

얼마 전 측백 분양도 해준 그이라.

7시 먹자던 저녁밥이 6시에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

월남쌈!

저기 뭐야?”

희중샘과 기락샘과 휘령샘과 건호가 앉은 식탁에

벌써 세 판째 야채가 들어가고 있었더라니.

다섯 살 윤진이는 밥상머리무대에서 공연을 위해 발레복과 CD까지 챙겨왔댔네,

우리 아이들이 밥상머리공연을 위해 학기 내내 연습해서

방학 때 물꼬 계자에 와서 무대에 오르듯.

 

마당에 불을 피웠다.

둘러서서 소개들도 했지.

물꼬랑 오랜 인연이어도 서로 보지 못한 경우들도 흔하다,

오는 일정이 다르니.

우리 수범이는 아주 신이 났다.

저 에너지를 누르고 지내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꼬. 잘 왔다.

띄엄띄엄 있는 물꼬 교육일정에 아이들이 올라치면

그들의 성장이 확 확 보이고

내가 거기 뭘 그리 한 것도 없으면서 뿌듯하고 고마운데,

어른들의 성장 혹은 변화를 보는 것도 참 좋다.

영진샘도 기락샘도 희중샘도 참 오래 물꼬랑 지어진 인연들이지.

삐죽삐죽 하며 훅 들어오지 못하던 발이 쑤욱 들어온 느낌들.

 

가마솥방은 노래방이 되었다.

물꼬 노래집 <메아리>를 들고 와서

모일 때마다 우리가 불러왔던 노래들을 불렀지.

아이 때 배워 이제 어른이 되어 그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밤참이 나왔다;

골뱅이소면과 김치전과 아이들 주전부리거리와 치즈구이.

기락샘이 설거지 주자로 나서더니 선정샘이 이었고,

또 어느새 나와 있는 그릇들이 또 설거지가 되어 있다.

휘령샘이며들이 붙은.

찡했다.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모두 햇발동에서 자자 계획하고 있었지만

다른 때의 연어의 날처럼 학교 모둠방에서도 잔다고들.

하여 아이 포함 가정은 햇발동에서 자기로.

그래봐야 수범이네와 현준이네 가정.

 

! 01:30 아침뜨락에 달려갔네.

여인네들 풀을 뽑을 적 나도 같이 올라가

달못 아래 대나무수로로 물 원활히 흐르라고 밥못으로부터 물을 세게 틀어놓았지.

(밥못의 물은 땅 아래로 달못으로 이어 흐른다.)

잠근다는 걸 잊고 있었다.

아쿠, 밥못 물이 다 빠지지 않았어야 하는데.

굳이 거기까진 올라가 확인하지는 않고 내려오다.

본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혹 비었다면 그거 채우자고 따로 그곳에 연결한 수도를 틀어놓을 것도 아닌.

늘 하는 일이 아니어 그만 상황을 놓친 일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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