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지, 날 좋은 거?”

비 온다던 주말이었다.

하늘 또 고마웠나니.

 

08시 밥을 먹었다.

밥상을 물리고 아침뜨락을 걷기로.

09시 학교발 달골행.

희중샘이 일찍 대해리를 나서야 했는데,

그도 달골을 걷고 갔으면 하는 우리들의 바람으로 모두 서둘다.

달골 창고동 앞 꽃밭의 은동이 금동이에게 인사도 건네고.

다섯 살 윤진이는 큰 유리슬리퍼를 그예 달골 끝까지 신고 걸었네. 미를 위해서라면!

 

아고라에 모두 앉았다.

말씀의 자리에 돌아가며 앉아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보내다.

수년 만에 와서 감회를 전하는 진주샘의 말에

여럿 눈시울도 적셨네.

고마워라, 초등학교 때 본 그 아이 자라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가늠하고 있다.

돌아보니 여기서 다 배웠더라고.

다섯 살 꼬마로 본 재훈도 곧 혼례를 올린다.

한 해 한번이라도 이럴 때 올 일이 있어 고맙고 다행하다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여간해서 하지 않는 점주샘도 나가서

참 좋은 마음을 말했다.

 

밥못, 으윽! 텅 비어있었다.

물이 다 빠져나간.

어제의 내 실수로.

사람들에게, 특히 이곳을 처음 보는 이도 있는 우리 식구에게

뼈만 남은 그 황량함을 보게 하다니.

그래도 괜찮다, 우리 식구들이어서.

그래도 괜찮다, 또 올 거니까.

 

달골을 내려와 갈무리를 하고

갈무리글들을 쓰는 동안 도시락(이지만 거개 먹고 갈)을 준비하다.

윤실샘이 마지막으로 부엌바닥을 다 닦아내고 걸레들을 빨아 널었네.

그야말로 제 몫 한 몫 잘 해내준.

, 누가 남은 이를 위해 또 그리 해줄 것인가.

 

사람들을 다 보내고

설거지해서 엎어놓은 그릇들을 닦고, 교실 바닥을 쓸고, 낮밥에 나온 설거지를 하고.

점주샘이 남았다. 그는 누구의 친구런가.

여느 해 연어의 날이라면 해날을 보내고 달날에야 들여다 볼,

늦다면 한 이틀 더 있다 달골 청소를 할 게다.

그러나 이번은 오늘 밤에는 해야 내일 가뿐하게 제도학교로 돌아갈.

그런 줄 아는 점주샘이

나중에 다시 안 오게 가는 걸음에 들여다보자 하며

달골에 짐 가지러 오른 길에 들어가서

햇발동 썼던 방을 중심으로 이불 털고 방 쓸고, 창고동도 둘러보고.

거실 휴지통이며 화장실 휴지통 모다 비워내 소각장에 보내다.

, 고마운 내 아름다운 벗이여!

굳이 바래러 내려갈 것 없다며 내게 조금 더 쉬었다 내려오라고

5, 달골에서 백팩을 매고 마을로 홀로 걸어 떠난 그였네.

 

한숨 고른 뒤

소각장에 불을 지피고,

꽃이 진 화분 하나 석축 사이에 뿌리를 심고,

학교로 내려가다 다리 앞에 세워진,

기울어진 길없음’(물꼬 기숙사가 이 길의 막다른 곳이니) 팻말 다시 세우고.

저녁밥상을 물린 뒤엔

내일 제도학교로 실어갈 수박이며

특수학급에 오후면 까는 찻자리를 위해 차며 다호며들을 넣은 바구니를 챙기다.

 

고요한 달골의 밤이다.

아무렴 힘이 아니 들었겠냐만 행사한 것도 같지 않은.

아주 큰 규모에서 규모가 줄어 그리 느꼈기도 했을.

낯선 이들이 없이 모두 물꼬 식구들만 모여서도 그랬을 수.

그야말로 연어들이었으니.

사랑하는 물꼬 벗들, 안녕!

여기 있지 않았어도 물꼬의 식구들인 모두들도 안녕!

 

흐흐흐, 사람들이 가고 알았다.

, 접시꽃 다섯 포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침뜨락 들머리 계단 맨 위쪽 왼편, 측백나무 앞으로 심었던,

비록 키를 세우고 접시꽃을 피우지 못했어도

적어도 풀은 아닌 양 있었거늘.

풀과 함께 뽑아낸, 풀인 줄 알았을.

여기 살아도 더러 풀과 꽃이 구별되지 않는 것도 있는 바

아무렴 그를 보자면 풀과 닮은 구석이 많았으려니.

접시꽃은 그곳에 있던 푸른 것들과 함께 싹 사라져버렸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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