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10. 17. 쇠날
와, 오늘은 애들이 되게 일찍 왔습니다. 진아와 영어대회 간 형민이랑 왕진이, 형주, 형기... 가 안 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비석치기를 했습니다. 아휴, 여전히 시끄러운 애들. 놀면서 거의 싸울 듯이 하는 아이들. 상대방을 놀리는 아이들. 요만한 것 하나도 그냥 안 넘어가는 아이들.... 저도 어릴 때 저러고 놀았나 싶습니다. 나름대론 참 진지한데.... 그래도 옛날보다 이기적인 마음이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적당히 그러지 말라고 얘기도 하면서 잘 놀았습니다. 애들 신체발육엔 되게 좋은 놀이같습니다.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였지요.
들어가서 잠깐 명상을 했습니다. 애들 정말 이제 자세가 나옵니다. 그러곤 영어 공부를 했지요. "five little monkey ...." 로 시작하는 노래도 부르고 비디오도 받습니다. 자신이 너무 못 생겼다고 우는 고릴라와 고릴라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 이야기. 모두 영어로 나오는데, 애들은 그림과 상황만으로도 그 내용을 짐작해 냅니다. 두용이는 전체 줄거리를 말하대요. 한줄 한줄 무슨 뜻이겠냐고 물어보는데, 애들은 직역에다 번역에다 의역까지 다 해 냅니다. 신기하더군요.
간식은 궁촌 어머님들이 모은 쌀로 뽑아주신 떡볶이떡으로 떡볶이를 했습니다. 참, 떡볶이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먹을거리인 것 같습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학년, 민근이와 무연이는 풍물을 하고, 저학년은 글쓰기를 했습니다. 처음 하는 대원이가 되게 쑥쓰러워하고 자신없어 합니다. 자기는 글 잘 못 쓴다고도 하고...
'대원아, 물꼬에서는 그런 걸로 부끄러워 안 해도 돼. 여기선 점수나 등수 같은 거 안 매겨."
와, 해림이가 한마디 해 줍니다. 역시 큰 애라 뭔가 다르긴 다릅니다.
대원이와 두용이가 또 계획서를 써 왔습니다. 근데 집에 이미 강아지가 여섯 마리나 있는 두용이는 가져갈 수 없다고 한데모임에서 결정이 났네요. 두용이는 다 판다고 했지만, 한 마리는 남겨놓으면 되지 않느냐, 개가 한 마리도 없는 집도 있다, 뭐 등등 이런 의견이 나왔지요. 대원이는 저와 좀더 이야기를 한 다음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애들은 헐목까지 뛰었습니다. 분명 이 애들, 달리기 엄청 잘 하게 될 겁니다. 궁촌에 애들 내려주는데, 하다가 해림이네 집에서 놀고 있겠답니다. 제가 궁촌에 애들 내려주고 올 때까지 놀겠다는 거지요. 갔다 와서 해림이네 집에 갔더니, 다 불이 꺼지고 해림이 방만 불이 켜져 있습니다. 옛날 집이어서 문도 창호문에 불빛이 비치는데, 너무 정겨웠습니다. 하다야 불렀는데, 그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 나오대요. 순간 너무나 가슴이 떨렸습니다. 그 찰나의 장면이, 풍경이 너무나 정겨운 모습이어서......
"추워. 어서 들어가."
배웅 나온 해림이한테 하는 하다의 인사말입니다. 다 컸죠?
대해리공부방 날적이를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마냥 부럽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왠지 친숙한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 헐목까지 신나게 달려내려가는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