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둘 들였습니다!

조회 수 1693 추천 수 0 2020.11.09 15:48:00


 

, 따뜻해. 따순 물이 있으면 설거지가 무에 그리 일이야!”

난로 위 주전자 물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는 이즈음,

탄성을 지르는 곁에서 대처 나가 사는 식구 하나가 말했습니다.

요새 그리 안사는(따뜻한 물 귀하지 않은) 곳이 어딨어? 물꼬나 그리 살지...”

그러게요...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더 신기합니다.

어떻게 여름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한 대 없는 모둠방을

으레 그러려니 하는 아이들이라니요.

겨울은 춥고 여름이 덥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온몸으로 확인하며 살고 있는 이곳 삶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생태적 삶이 아니냐는.

 

양변기를 둘 들였습니다.

또 공사?

물꼬의 낡은 살림이 늘 그렇듯 개수 보수 수선...

거기 하나를 보태는군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끊임없이 물꼬에서 외치는 문장처럼

생태니 환경이니 잘난 체 해대지만 우리가 우리 삶에서 나오는 것들을 마지막까지 얼마나 책임지며 사느냐,

늘 하던 질문이었고,

나름 아이들 뒷간에서 나온 오물을 발효시켜 거름으로 잘 써왔습니다.

하지만 그리 대단한 신념도 아니면서 애들을 너무 고생시킨다,

몇 해 하던 고민이었습니다.

한편 궁한 살림도 살림이라지만 살던 대로 살아온 게으름도 있었고,

양변기를 들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바람구멍 많은 이곳 건물에서 그것의 관리가 더 힘든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 까닭 하나였을 겝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최근의 결론이었습니다.

이제 환풍기를 다는 일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바깥의 정화조를 시멘트로 덮는 일이야 천천히 해도 될 겝니다.

추운 때를 피해 봄에 해도 될.

이곳의 일이 언제나 그렇듯

여러 사람이 손을 보태었습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돈으로는 쉬운 일을

참 어렵게도 하는 이곳이지요.

10월에 아주 작은 굴착기가 들어와 아이들 뒷간 뒤로 정화조를 묻고

흙집 씻는 곳 여자 쪽과 남자 쪽에 각각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애초 화장실이었던. 생태화장실이라고 쓰다가 냄새를 감당 못해 치웠던 곳)

벽을 뚫고 바닥에 구멍을 내 양변기를 놓았습니다.

양변기 둘로는 많은 이들이 모였을 때 감당할 수는 없겠기에

재래식 화장실인 아이들 뒷간은 뒷간대로 남겨서 쓰기로 하였습니다.

 

한 번에 어찌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하나씩 작은 변화들이 쌓이는 물꼬입니다.

거참... 시골마을에 처음 들어온 흑백TV도 아니고

양변기 겨우 둘 들였다고 소문이라니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4314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7698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5762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5238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5087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4802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4854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3734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1972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4203
645 163 계자(2016학년도 겨울) 와 겨울 청계 사진 물꼬 2017-01-30 1443
644 2월 빈들모임은 물꼬 2017-01-26 1418
643 2월 빈들모임 말인데요... 물꼬 2017-01-21 1503
642 [1.21~25] 전화 연결 어렵습니다 물꼬 2017-01-21 1416
641 163 계자 영동역 일정 변경 물꼬 2017-01-05 1432
640 2016 겨울 청소년 계자 마감 [1] 물꼬 2016-12-22 1645
639 [12.3~4] 생태교육지도 예비교사연수 물꼬 2016-11-29 1495
638 [2017.1.8~13] 2016학년도 겨울 계자(초등) file 물꼬 2016-11-04 1861
637 [2016.12.24~25] 2016학년도 겨울 청소년 계자 file 물꼬 2016-11-04 1516
636 2016학년도 겨울 계자 자원봉사 file 물꼬 2016-11-04 1596
635 2016학년도 겨울 계자 밥바라지 file 물꼬 2016-11-04 1351
634 고 3 수험생들에게 물꼬 2016-11-04 1472
633 [11.1~2.28] 방문일정 물꼬 2016-10-26 1488
632 [10.29~30 / 11.5~6] 가족상담 물꼬 2016-10-26 1366
631 2016 물꼬 소개 영상 둘 물꼬 2016-10-16 3585
630 2016년 근황 - 물꼬의 오랜 인연들께 물꼬 2016-10-13 1454
629 태풍 차바 지나고 물꼬 2016-10-06 1382
628 [10.21~23] 10월 빈들모임 file 물꼬 2016-10-05 1333
627 지난 6월 시잔치 '詩원하게 젖다' 풍경이 사진 혹은 영상으로 담긴 곳 물꼬 2016-10-05 3456
626 [10.10~11] 제도학교의 ‘물꼬 여행’ [1] 물꼬 2016-09-29 146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