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933 추천 수 0 2003.10.23 01:16:00
4336. 10. 22. 물날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상연이와 형민이가 감기가 들어 왔습니다. 형민이는 그나마 괜찮은데 상연이는 많이 아픈가 봅니다. 근데 아이들이 감동입니다. 와, 상연이가 감기 걸렸다니, 자기 옷 덮어주고, 베개 갖다주고 쉬라고 하고, 따뜻한 곳 찾아주고...

금요일(쇠날)에 영어가 있는데, 이번 주 금요일엔 영동대 영어과 미국인 강사, 마이클이 오기로 했습니다. 교장샘이 영동대 영어과 수업에 청강을 하시는데, 거기서 만난 미국인 강사입니다. 우리 학교 얘기를 듣고 한번 오고 싶다 했답니다. 그래서 애들 영어 공부할 때 한번 오기로 했지요. 애들은 그 얘기를 듣고 요즘 서로에게 영어로 인사하고 다닙니다.^^

오늘 간식은 어제 갑자기 오신 무지샘이 하셨습니다. 떡볶이. 새롭게 유부도 넣고, 멸치국물에 해 오셨네요. 달걀도 넣고. 맛있게 자-알 먹었습니다.
참 우리 민근이요, 민근이가 새끼샘이 됐거던요. 그런데 얼마나 새끼샘 역할을 잘 하던지요.
애들 물 떠 달라하면 다 따라주고, 누가 물 흘리면 걸레로 닦아주고, 무연이가 까불어도 옛날같았으면 벌써 싸웠을텐데 다 받아주고... 정말 감동입니다.
오늘 삶가꾸기는 한땀두땀과 뚝딱뚝딱을 같이 했습니다. 안에서 한땀두땀도 하고, 밖에서 뚝딱뚝딱도 하고. 대신, 상연이와 형민이는 밖에 나오지 마라 했지요. 그런데 뭐, 좀 있다 보니 두 놈 다 제 옆에서 삽질하고 있대요.... 한땀두땀은 뜨개질을 했고, 뚝딱뚝딱은 우리가 판 연못을 다시 묻었습니다. 이제 겨울이라 미완성의 연못을 다시 묻고 내년에 다시 만들어보자 했지요. 애들 정말 열심입니다. 한쪽에선 저랑 무연이 두용이, 형민이가 연못을 묻고 있고, 한쪽에선 하다랑 주리랑 민근이가 벽돌 가지고 찻길도 만들도 있습니다. 상연이는 여기도 잠깐 저기도 잠깐 왔다갔다 하고... 옷 몇 겹으로 껴입고 되게 불쌍합니다.
연못을 묻다가 어찌어찌 시작된 얘기가 노동요가 됐습니다.
"돌 내려가네--"
"복 내려가네--"(무연이가 왜 복이라 했는지 아직 이해가 안 됩니다.^^)
"무연이도 내려가네--"
"상범샘도 내려가네--"
"민근이도 내려가네--"
"하다도 내려가네--"
그러다가 한 삽씩 번갈아 가며 뜨면서 오십 씩 올라가는 놀이를 하자네요.
"복 50이 가네--"
"복 100이 가네--"
"복 150이 가네--"
솔직히 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걸 가지고 서로 얼마나 웃어가며 흙을 퍼댔던지요. 그야말로 일과 놀이와 노래가 하나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놀이는 무연이에 의해서 '복놀이'라 이름 지어졌지요.
옆에서 찻길 만드는 애들은 대단한 공사를 했습니다. 벽돌을 두 줄로 좌악 깔아서 활주로같은 길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진흙 퍼다가 블록 두 개로 의자도 만들고. 그 의자에 앉아서 뿌듯하게 그 길을 바라보고....
안에서 뜨개질은 주리랑(주리는 중간에 방으로 들어갔지요.) 해림이랑 대원이가 희정샘이랑 했지요. 대원이는 되게 많이 짰습니다.
한데모임 하는데 서로 참 진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무연이는 연신 '복놀이'가 정말 재밌었다고 하고, 대원이는 뜨개질 많이 해서 좋았다 하고, 그리고 하다의 멋진 한마디,
"오늘 찻길을 만들어서 좋았어요. 민근이 형아가 많이 도와줘서 좋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형이 싸으면 같이 싸으기로 했어요."
처음엔 쌓다인지, 싸우다인지, 잘 못 알아들었지요. 그런데 몇 번을 물어 확인해 본 즉, 만약에 민근이 형아가 누구랑 싸우면 같은 편이 되어 주겠다는 거였습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여섯 살 아이가 그런 말을 생각해 냈을까요.... 6살과 6학년의 진한 동지애(?)입니다.
소변 마렵다는 주리와 감기로 많이 아픈 상연이는 집 앞까지 바래다 주고, 두용이 형민이 내려주고 대원이 데려다 주려고 가는데 할머님이 벌써 마중 나와 있습니다. 인사드리는데, 대원이가 말썽 안 피우냐십니다. 옛 분들은 꼭 그렇게 물어보시지요. 너무 잘 지낸다 말씀드렸습니다.

진아

2003.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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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뜨개질 다 끝났나요... 그럼 왜 망치질을 하나요

진아

2003.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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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영동대학교에서 글짓기 대회로 갔는데.. 거기서 미국인이랑 이야기나누었는데... 너무 어렵드라구요...

진주

2003.09.28 00:00:00
*.155.246.137

이젠 피아노 학원을 끝이나고 제가 공부방을 다니고 있어요.
아침에 컴퓨터를 하니 멀쩡해졌죠. 언니랑 잘 지내요.
그리고 하다한테 추석 잘지내라고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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