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날적이 10월 31일

조회 수 925 추천 수 0 2003.11.01 23:49:00

2003년 10월 31일 쇠날 맑음

민근, 영준, 준성, 해림, 예지, 상연, 무연, 하다, 왕진, 형주, 두용, 대원

김천시내를 지나 모광의 연화지를 찾아가는 길은 멀기도 하였지요.
가르쳐주는 사람마다 분명 같은 연화지는 맞는데
찾기로는 쉽지 않아 오래 길 위에 있었습니다.
학교 숙제가 있어 간 밤을 꼴딱 새고
아침 절에 잠깐 눈을 붙인 터라
노래처럼 들릴 아이들 목소리에도 신경이 좀 섰지요.
운전합네하구요.

작은 나들이더라도 집을 떠나는 게 늘 그렇듯
마지막 닿는 그곳이 나들이의 전부가 아니지 않던가요.
한쪽에는 쭈욱 은행나무 길이
또 다른 쪽으로는 느티나무 길이 쭈욱 펼쳐진 것이며
쥐똥나무 울타리 늘어진 길과 회양목 늘어진 길이며
그만 철퍼덕 주저앉아 뒹굴지 싶은 너른 모랫벌하며...

싸온 간식 편에 형민의 어머니가 챙겨주신 마실 거리와
예지네 어머니가 사주신 초코파이와 요구르트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금새 연못 둘레에서 놀 거리를 찾았고
어느새 모두가 모여 숨바꼭질이며 얼음땡을 합니다.
숨박꼭질 그거, 참 재밌습니다.
스물까지 세고 고개를 뒤로 휙 돌리면,
아이들이 있기는 했던 걸까 싶게
정적만이 그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나무에서 홀로 고고하던 민근이도 결국은 연못을 둘러 건너편으로 갑니다.
형주가 그랬습니다.
"소풍가서도 이렇게 놀면 얼마나 재밌을 건데..."
아니, 그럼, 소풍가서는 뭘 하는 거지요?

10월의 마지막 밤은 서둘러도 옵니다.
모두 모여 갈무리를 합니다.
공부는 같이 안하지만 들공부 간다고 함께 나서본 예지도
해림이랑 팔랑거리며 앉았습니다.
정말 즐거웠다고들 합니다.
영준이도 큰애답게 한마디 던집니다.
"오는 길에 본 모래사장이 너무 멋있었어요."
무연이가 퉁퉁거렸습니다.
"숨어있는데 얼음땡으로 바뀌어서 화났어요."
그런데 그런 자리에 걸리는 사람은 꼭 무연입니다.

연못 둘레의 나무들은 그들 터의 역사를 보여주듯
모두 연못을 향해 기울었는데
얼마나 긴 세월을 연못을 중심으로 살았는지를 알아채게 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을 빛나게 한 것은
연잎 다 진 연못이었습니다,
연꽃 만개한 연못이 아니라.
연잎 가득 화려했을 자국만 남긴 연못,
그래서 절정을 짐작케 하는 그 '상상력'이
더한 기쁨일 수도 있다는 새삼스런 발견이었답니다.

진아

2003.11.02 00:00:00
*.155.246.137

나두 갈껄 그랬어요.... 왕진이가 그러는 데 진짜 재밌있었대요...
그때 시간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리고 상범샘 강아지 분양 전화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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