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먹고 달골로 홀로 걸어오다.
네 사람의 방문객을 보내고, 대처 식구도 보내고.
바람이 많은 하루였다.
비가 조금 무겁게 내리는, 비눈 내렸다.
오늘도 06:55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를 보았다.
겨울아침은 느지막히 이 시간에야 연다.
아들이랑 아침뜨락을 걸었고,
학교로 내려가서는 목공실을 좀 정리하다.
앞의 늘어뜨린 발도 아래쪽을 잘 말아 올리고,
도기 풍경도 처마에 하나 달다.
키가 큰 아들이 노모의 일들을 살펴주는 모양새였달까.
마을을 나가면서 아들은 굳이 새 차를 운전하여 거기까지 바래라고 했다.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
차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준다고 그런.
새로운 기계들이 매우 서툰 엄마라.
낮 1시 30분 손님들이 비눈을 뚫고 들어왔다.
지난주에도 다녀가신 분들.
여기서 귀할 빵이며 귤이며들을 또 내려놓고,
손수 만든 성탄 벽걸이며도 선물로 가져오셨네, 책과 CD도.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선배의 피붙이들이고,
한 분이 영동에 자리를 잡으려 하시는.
대해리의 땅도 보고 빈집도 보았으나 결국 황간의 새 빌라에 집을 얻었다셨다.
거기서 일단 자리를 틀고 서서히 땅도 보고 집도 지으시겠다는.
할머니는 지난번에 손주(우리집 아들을 말하는) 용돈을 못 주었다며 굳이 내게 내미셨다.
손을 내저었더니 “그래도 사람이 그라는 게 아이다.”시며.
은행을 구웠고 배추전을 부쳤다.
“어찌 이리 얇게 부치셨어요.”
맛나게들 드셨다.
한 차를 먼저 보내고 영동에 자리 틀 나윤샘께는 차를 마시고 가십사 했다.
이젠 같은 군민 되었을세.
갑자기 내린 눈으로 고속도로 여러 곳에서 사고 소식이 있었다.
우리 식구 하나가 고속도로 눈길 다중추돌사고 바로 그곳에 있었더라니.
눈길에 장사 왔다. 안 끄는 게 최선.
차는 폐차장으로 보낼 지경이 되었으나
기락샘은 멀쩡하다. 고마울 일이다.
며칠 더 살펴는 보아야 할 것이나.
품앗이샘 하나의 전화가 들어왔다.
주말이 끝나기 전 대해리에 안부를 물어주었네.
서울 한복판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다.
고맙다. 그 바쁜 자신의 삶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물꼬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살림을 보태기까지 한다.
이곳은 또 그 힘으로 나날을 살고.
참,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사이 주목 나무에
건전지를 넣어 쓰는 안개등을 한 줄 달고 들어왔다.
하나 있음 좋겠네 하였으니
오늘 다녀간 나윤샘이 선물로 주셨던 거라.
이곳 삶이 자주 그렇다.
필요하다 하고 있으면 마침 그게 여기 이르는.
고마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