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마이스 지나는 중.

기세는 누그러졌지만 이 밤에도 비 흠씬 내리는.

어제오늘 영동군에 134mm의 비가 내렸다고.

이 속에도 무씨는 싹을 내밀고.

 

낫을 들고 아침뜨락 밥못으로 가는 길.

, 어제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

고라니는 또 수련 잎을 먹고 갔다. 키워서 또 먹고 갔다.

느티나무동그라미, 그러니까 지느러미길 시작점에 양쪽으로 있는 커다란 물화분 안의 수련.

속수무책이다.

비닐을 씌우거나 그물을 씌우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게을렀다.

손이 거기까지는 못 갔다.

톡 잘라먹어도 또 나더라 싶으니 안일했다.

오늘 또 지나친다. 뿌리는 안 죽었으니까. 내 손에 낫이 들렸으니까.

비가 많았으니

내리는 양에 견주면 밥못에서 달못에서 내려오는 물은 적은 양.

허니 밥못이 넘치고 있을 게다. 거기 물도 좀 빼고,

물이 빠지는 동안 북쪽 경사지 널어 뜨린 칡덩쿨이며 걸어 나온 넝쿨들을 벨 것이다.

 

하지만 가는 길이 먼 이곳.

오늘도 밥못까지 가는 길이 멀고 만다.

달못 아래, 아고라 건너가는 대나무 수로 둘레가 낫을 기다리고 있다.

풀이 엉켜 수로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 끝에 겨우 아주 작은 토끼샘만 보일 뿐.

다시 그 아래로 가는 수로도 풀에 묻혔다.

풀 키를 낮추거나, 땅 표면에서 잘라주거나, 손으로 뽑기.

수로 아래 쪽으로 있던, 풀에 묻혀 얼굴보기 어렵던 어린 수국 다섯 포기도 하늘을 보이고,

옥잠화도 둘레를 쳐주었다.

토끼샘 아래쪽의 수로는 물이 땅으로 넘쳤기, 다시 물길을 잘 열어주고.

다시 오르며 지난 주말 품앗이샘들과 심은 잔디를 밟아주고,

비로소 밥못에 이르다.

 

한부모가정 상담.

아이를 만났고, 이제 그 아이를 관찰한 바에 대해 생각 전하기.

물꼬라는 특수한 조건 하에서 본 것이지 그 아이의 전 생활을 알지는 못하는.

다만 본 대로, 그것으로 짐작한 대로 말하기.

먼저 엄마에게 양육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건 엄마가 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읽어볼 자료가 될 수 있을.

당신 아이의 과다행동에 대해 연민과 이해가 깊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 편에서 많이 헤아리고 있었다

사회적 욕망이 큰 사람으로 보였고, 아이에 대한 기대 역시도 그러했다.

아직 어린, 똘똘한 자식을 둔 대개의 부모들이 그렇듯이.

그만큼 아이의 재능에 대해서도 과도할 정도로 후한 점수를 주는 면도 있었다.

아이는, 피해의식이 심했다.

쟤가 제 욕을 해요, 여러 친구들에 대해 그리 말했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앞서 그럴 만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강박이기도 했다.

아이의 피해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고만고만하지만,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피해의식, 일반적으로 그건 두려움이 있다는 거고,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안고 있다.

자존감과 자율성이 공격받고 있고, 스스로 피해자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 경우 대체로 자기방어가 심하다. 아이도 그랬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

어떻게는 언제나 와 함께 가야 한다.

엄마의 피해의식부터 점검해보시자 했다.

우린 대체로 아이에게 어떤 것들을 대물림하고 있으니까.

부모의 인내와 여유에 대해 강조하고(이것은 비단 이런 경우에만이 아니겠지,

다음은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비난하지 않고),

이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아이에게 이유를 묻기(가르치려 들지 말고),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성공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어떻게 줄 것인가 들을 나누다.

하지만 그 성공, 그러니까 칭찬이 지나치지는 않게.

칭찬만이 혹 그 아이의 동력이 될까 경계하면서,

또 칭찬이 실제 능력을 지나치게 왜곡하지 않도록.

역시 균형을 생각해야 할 테지.

아이들은 열두 번도 더 변한다.

모른다. 어떤 계기가 어떻게 아이에게 작동할지.

다만 지금은 아이에게 따스한 이불 안에 편안히 들어간 것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고민해 주십사 했다.

단연 엄마부터 평화 찾기!

그러면 아이도 나아질 게다.

사람 없는 데서 애 잡지 말고

사람 없을수록 더 부드럽게 아이를 꾸중해보시라고도 권했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나는 확실했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서로 그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그늘 아니겠는지.

괜찮다, 괜찮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가 자라며 좋아질 게다.

뒤에 엄마 있고, 뒤에 아들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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