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빈이가 세 살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1일, 우리집 막내 성빈이가 두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두 해전 4시간의 산고 끝에 엄마 품에 왔던 그 조그맣던 생명이
벌써 이렇게 자랐네요.


성빈이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내가,내가”를 외치는 아이입니다.


(말이 좀 늦은편인 성빈이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단어지요.

엄마, 빠(아빠/오빠), 물, 그 다음이 내가 입니다.)


오빠가 다쳤다고 하면 먼저 달려가 “호~호~”불어주는 아이지요.


김치는 기본이고 고사리며, 시금치, 콩나물은 물론이고
국물 내려고 넣은 다시마까지 맛있게 먹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언제가 두 볼은 터질 듯이 빵빵하지요.


성빈이는 참으로 야무진 아이입니다.
밖에 나가려고 준비하는 식구들의 옷을 하나씩 챙기고
신고 나갈 신발까지 다 챙겨주는 아이입니다.


제가 외출해서 돌아오면 엄마의 잠바를 벗겨주고
목도리를 벗겨주며 좋아하는 아이지요.


엄마가 깜빡 잊고 성빈이의 모자나 신발 등을 놔두고 오면
어서 챙기라고 손으로 가르키는 아이지요.


이런 덜렁이 엄마한테서 어쩌면 이렇게 야무진 아이가 나왔을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성빈이의 세 살 생일을 맞이해서 수수경단을 만들어 주었지요.


열 살 생일까지 수수경단을 만들어주면 아이가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제 어머니도 제가 열 살까지 수수경단을 만들어주셨다고 하셨어요.


수수를 하룻저녁 물에 불려서 이튿날 방앗간에 가져가 빻았습니다.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질지 않도록 반죽을 해서
성빈이 오빠 성준이와 함께 경단을 빚었지요.


(성준이는 나물 다듬고, 반죽하고 하는 등등의 일을 좋아하지만,
성빈이는 이런 일에는 당최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콩고물을 입힌 노란색경단, 코코넛 가루를 입힌 하얀색 경단
초코카스테라를 체에 받친 빵가루을 입힌 검은색 경단,
이렇게 삼색수수경단을 상에 놓고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주었어요.


수수는 그 붉은색으로 아기를 해치려는
나쁜 잡신들을 물리쳐주기를 기원하는 주술적의미도 있지만,


곡식 중에 수수가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단백질이 많은 수수를 먹이려는
영양상의 배려도 있다고 하네요.


(엄마가 되면 이렇게 유식해집니다. 흠흠)



성빈이의 수수경단을 만들며
언젠가 선배엄마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자기 딸이 아홉 살 생일을 맞아
수수경단을 만들어주면서
이젠 수수경단을 만들어줄 생일도
한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참으로 아쉬웠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때는 그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성빈이의 수수경단을 만들면서
앞으로 수수경단을 만들어줄 생일이 일곱 번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품에 안으면 내 가슴속으로 한 품에 들어오는 성빈이.


이렇게 가슴에 품고 쭉쭉 빨며 이뻐할 날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커가는 아이를 붙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엄마와 딸로 만난 한나와 성빈이..


그 인연을 아름답게 엮어가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나를 가르치러온 스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리석고 부족한 나에게 순간순간 깨달음을 주는 스승..
이 아이들을 잘 섬겨야겠습니다.



아이의 맑은 눈은 내 영혼을 맑게 닦아줍니다.


아이의 미소가 내 가슴에 꽃을 피워냅니다.



우리 딸 성빈아..


엄마의 딸로 와주어서 정말 고맙다.
우리의 인연 아름답게 엮어나가자.


성빈아! 세 살 생일 축하한다.









**
물꼬 샘들 어떻게들 지내고 계세요...
봄이 되니 살만하신가요...옥샘!!히히...

지난번 단식 보식들은 잘 마치셨는지...
단식은 그 이후가 더더더 중요합니다..
항상 그것을 못해서 단식하기가 무섭습니다...

그리고..
입학식때..백창우아저씨가 온다니..
우리 두 남매가 그리도 좋아하는 백아저씨...
꼭 가야되겠습니다..
앗...젯밥에 더 관심이.....

도형엄마

2004.03.19 00:00:00
*.155.246.137

기억하시나요? 12월에 물꼬에서 만났던 인연을요. 아주 작은아이가
빨갛게 볶은멸치를 엄마가 주는데로 받아먹던 모습이 눈 에 선하네요.
참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구나 생각했지요. 가끔 글을 읽으며
동그랗고 귀여운 성빈이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학교 문여는 날 반갑게 뵙겠습니다.

나령빠

2004.03.19 00:00:00
*.155.246.137

아!
그랬군요.
성빈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요즘 소식이 없어 궁금했었는데,,,,,
성준빈빠는 잘 계시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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