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4.흙날. 진눈깨비 살짝

조회 수 330 추천 수 0 2021.12.31 02:51:37


김장을 했느냐 물어주는 이가 고마웠다.

먼저 했다고 나눠주겠다는 이가 고마웠다.

우리도 김장을 해서 혹 김장 했는가 물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나눠줄 수 있어 고마웠다.

 

며칠 만에 보는 습이들이 팔딱거렸다.

기락샘도 들어왔다. 더 반가이 짖는 제습이와 가습이었다.

기락샘이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었다.

김장김치로 밥을 먹었다.

된장 풀어 배추국을 끓였고, 배추전을 부쳤다. 쑨 도토리묵도 냈다.

 

식구들 모두 올라 사과를 땄다. 정말 가을의 허공에 주렁주렁하던 사과.

꼭 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에 세 그루를 심고 그 길로 얼마쯤의 사과가 열렸지만,

따서 맛보니 달기는 했으나 수확의 의지가 생기지는 않았다.

장대로 쳐서 내려 거름으로 썼다.

올해라고 볼품이 더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굵었고, 얼마라도 따서 먹겠다고 관리를 제법 하기도 했다.

물도 부지런히 주었고.

달았다. 생과로 먹지 않더라도 잼이라도 하지 하고 딸 날을 엿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겨울이 와버렸다.

새들이 자주 다녀갔다. 쪼아서 생긴 흠집 부위가 말라가고 있었다.

다른 일에 밀리더니 결국 이 골짝 다 못다 먹고 지나는 딸기처럼 오디처럼이고 마는 게 아닌가 하다가

오늘 마침 날이 되었던.

달골 대문 앞의 농로 재포장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니

일단 햇발동 베란다 안으로 컨테이너 세 개를 옮겨두었다,

신문을 이불처럼 도톰하게 잘 덮어.

찻길이 뚫리면 바로 내리기로.

 

달골이 비어있는 동안 하얀샘이 들어와

햇발동 앞의 수련이 담긴 큰 수반이며

느티나무삼거리의 느티나무 아래 수도를 잘 여며놓았더라, 얼지 말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836 2021.12.18.흙날. 눈 옥영경 2022-01-08 341
5835 2021.12.17.쇠날. 한파주의보 옥영경 2022-01-08 324
5834 2021.12.16.나무날. 짧은 해 옥영경 2022-01-08 323
5833 2021.12.15.물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344
5832 2021.12.14.불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411
5831 2021.12.13.달날. 맑음 / 잠복소(潛伏所) 옥영경 2022-01-06 380
5830 2021.12.12. 해날. 맑음 / 아이들은 늘 있다! 옥영경 2022-01-06 326
5829 2021.12.11.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6 403
5828 2021.12.10.쇠날. 오전에 비, 오후 긋다 옥영경 2022-01-06 359
5827 2021.12. 9.나무날. 흐리다 맑음 / 유한계급론, 그리고 보이스피싱 옥영경 2022-01-06 367
5826 2021.12. 8.물날. 맑음 / 겨울 계자 신청 문열다 옥영경 2021-12-31 435
5825 2021.12. 7.불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73
5824 2021.12. 6.달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404
5823 2021.12. 5.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59
» 2021.12. 4.흙날. 진눈깨비 살짝 옥영경 2021-12-31 330
5821 2021.12. 3.쇠날. 맑음 / 금오산 옥영경 2021-12-31 394
5820 2021.12. 2.나무날. 맑음 / 우리 모두 늙는다 옥영경 2021-12-31 370
5819 2021.12. 1.물날. 갬 / 우리들의 깊은 심중 옥영경 2021-12-31 338
5818 2021.11.30.불날. 비 내리다 오후 긋다 / 김장 이튿날 옥영경 2021-12-30 390
5817 2021.11.29.달날. 맑음 / 김장 첫날 옥영경 2021-12-30 34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