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4.흙날. 진눈깨비 살짝

조회 수 343 추천 수 0 2021.12.31 02:51:37


김장을 했느냐 물어주는 이가 고마웠다.

먼저 했다고 나눠주겠다는 이가 고마웠다.

우리도 김장을 해서 혹 김장 했는가 물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나눠줄 수 있어 고마웠다.

 

며칠 만에 보는 습이들이 팔딱거렸다.

기락샘도 들어왔다. 더 반가이 짖는 제습이와 가습이었다.

기락샘이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었다.

김장김치로 밥을 먹었다.

된장 풀어 배추국을 끓였고, 배추전을 부쳤다. 쑨 도토리묵도 냈다.

 

식구들 모두 올라 사과를 땄다. 정말 가을의 허공에 주렁주렁하던 사과.

꼭 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에 세 그루를 심고 그 길로 얼마쯤의 사과가 열렸지만,

따서 맛보니 달기는 했으나 수확의 의지가 생기지는 않았다.

장대로 쳐서 내려 거름으로 썼다.

올해라고 볼품이 더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굵었고, 얼마라도 따서 먹겠다고 관리를 제법 하기도 했다.

물도 부지런히 주었고.

달았다. 생과로 먹지 않더라도 잼이라도 하지 하고 딸 날을 엿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겨울이 와버렸다.

새들이 자주 다녀갔다. 쪼아서 생긴 흠집 부위가 말라가고 있었다.

다른 일에 밀리더니 결국 이 골짝 다 못다 먹고 지나는 딸기처럼 오디처럼이고 마는 게 아닌가 하다가

오늘 마침 날이 되었던.

달골 대문 앞의 농로 재포장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니

일단 햇발동 베란다 안으로 컨테이너 세 개를 옮겨두었다,

신문을 이불처럼 도톰하게 잘 덮어.

찻길이 뚫리면 바로 내리기로.

 

달골이 비어있는 동안 하얀샘이 들어와

햇발동 앞의 수련이 담긴 큰 수반이며

느티나무삼거리의 느티나무 아래 수도를 잘 여며놓았더라, 얼지 말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22 2021. 4.21.물날. 맑음 / 이레단식 회복식 사흘째 옥영경 2021-05-14 352
5921 2021. 4.30.쇠날. 새벽 살짝 다녀간 비 옥영경 2021-05-27 352
5920 2021. 8. 4.물날. 갬 옥영경 2021-08-12 352
5919 2022. 6. 5.해날. 비 / 보은취회 닫는 날 옥영경 2022-07-06 352
5918 2023. 5. 2.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352
5917 2023. 6.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7-24 352
5916 2023.11.11.흙날. 흐림 옥영경 2023-11-19 352
5915 2020. 5. 2.흙날. 흐리다 빗방울 셋 떨어지는 저녁답 옥영경 2020-08-06 353
5914 2021. 4.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5-05 353
5913 5월 빈들모임(5.28~30) 갈무리글 옥영경 2021-06-30 353
5912 2023. 9. 9.흙날. 맑음 / 설악행 첫날 옥영경 2023-09-28 353
5911 2023. 9.17.해날. 갬 옥영경 2023-10-01 353
5910 2023. 9.29.쇠날. 살풋 흐린. 한가위 / 차례 옥영경 2023-10-07 353
5909 3월 빈들 여는 날, 2024. 3.29.쇠날. 갬 옥영경 2024-04-18 353
5908 2020. 4.29.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54
5907 8학년 A반 예술명상(9.23)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1 354
5906 2020.11.20.쇠날. 살짝 살짝 해 / 밝은 불을 확신하지 말 것 옥영경 2020-12-23 354
5905 2020.12.24.나무날. 해 옥영경 2021-01-15 354
5904 2020.12.29.불날. 눈 날리는 저녁 옥영경 2021-01-17 354
5903 2021. 3. 1.달날. 비 종일 옥영경 2021-03-26 3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