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느냐 물어주는 이가 고마웠다.
먼저 했다고 나눠주겠다는 이가 고마웠다.
우리도 김장을 해서 혹 김장 했는가 물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나눠줄 수 있어 고마웠다.
며칠 만에 보는 습이들이 팔딱거렸다.
기락샘도 들어왔다. 더 반가이 짖는 제습이와 가습이었다.
기락샘이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었다.
김장김치로 밥을 먹었다.
된장 풀어 배추국을 끓였고, 배추전을 부쳤다. 쑨 도토리묵도 냈다.
식구들 모두 올라 사과를 땄다. 정말 가을의 허공에 ‘주렁주렁’하던 사과.
꼭 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에 세 그루를 심고 그 길로 얼마쯤의 사과가 열렸지만,
따서 맛보니 달기는 했으나 수확의 의지가 생기지는 않았다.
장대로 쳐서 내려 거름으로 썼다.
올해라고 볼품이 더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굵었고, 얼마라도 따서 먹겠다고 관리를 제법 하기도 했다.
물도 부지런히 주었고.
달았다. 생과로 먹지 않더라도 잼이라도 하지 하고 딸 날을 엿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겨울이 와버렸다.
새들이 자주 다녀갔다. 쪼아서 생긴 흠집 부위가 말라가고 있었다.
다른 일에 밀리더니 결국 이 골짝 다 못다 먹고 지나는 딸기처럼 오디처럼이고 마는 게 아닌가 하다가
오늘 마침 날이 되었던.
달골 대문 앞의 농로 재포장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니
일단 햇발동 베란다 안으로 컨테이너 세 개를 옮겨두었다,
신문을 이불처럼 도톰하게 잘 덮어.
찻길이 뚫리면 바로 내리기로.
달골이 비어있는 동안 하얀샘이 들어와
햇발동 앞의 수련이 담긴 큰 수반이며
느티나무삼거리의 느티나무 아래 수도를 잘 여며놓았더라, 얼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