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4.흙날. 진눈깨비 살짝

조회 수 349 추천 수 0 2021.12.31 02:51:37


김장을 했느냐 물어주는 이가 고마웠다.

먼저 했다고 나눠주겠다는 이가 고마웠다.

우리도 김장을 해서 혹 김장 했는가 물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나눠줄 수 있어 고마웠다.

 

며칠 만에 보는 습이들이 팔딱거렸다.

기락샘도 들어왔다. 더 반가이 짖는 제습이와 가습이었다.

기락샘이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었다.

김장김치로 밥을 먹었다.

된장 풀어 배추국을 끓였고, 배추전을 부쳤다. 쑨 도토리묵도 냈다.

 

식구들 모두 올라 사과를 땄다. 정말 가을의 허공에 주렁주렁하던 사과.

꼭 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작년에 세 그루를 심고 그 길로 얼마쯤의 사과가 열렸지만,

따서 맛보니 달기는 했으나 수확의 의지가 생기지는 않았다.

장대로 쳐서 내려 거름으로 썼다.

올해라고 볼품이 더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굵었고, 얼마라도 따서 먹겠다고 관리를 제법 하기도 했다.

물도 부지런히 주었고.

달았다. 생과로 먹지 않더라도 잼이라도 하지 하고 딸 날을 엿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겨울이 와버렸다.

새들이 자주 다녀갔다. 쪼아서 생긴 흠집 부위가 말라가고 있었다.

다른 일에 밀리더니 결국 이 골짝 다 못다 먹고 지나는 딸기처럼 오디처럼이고 마는 게 아닌가 하다가

오늘 마침 날이 되었던.

달골 대문 앞의 농로 재포장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니

일단 햇발동 베란다 안으로 컨테이너 세 개를 옮겨두었다,

신문을 이불처럼 도톰하게 잘 덮어.

찻길이 뚫리면 바로 내리기로.

 

달골이 비어있는 동안 하얀샘이 들어와

햇발동 앞의 수련이 담긴 큰 수반이며

느티나무삼거리의 느티나무 아래 수도를 잘 여며놓았더라, 얼지 말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94 2020.10.27.불날. 맑음 / 마음을 내고 나면 옥영경 2020-11-30 364
693 8학년 A반 예술명상(9.23)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1 364
692 2020 여름 청계 닫는 날, 2020. 8. 2.해날. 정오 지나며 소나기 한 차례 옥영경 2020-08-13 364
691 2020. 6. 8.달날. 맑음, 폭염주의보 /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옥영경 2020-08-13 364
690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63
689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363
688 2023.12.18.달날. 갬 옥영경 2023-12-24 363
687 2022. 3.19.흙날. 눈 내린 대해리 옥영경 2022-04-20 363
686 2021.10.28.나무날. 맑음 / 앞으로 확 자빠져! 옥영경 2021-12-15 363
685 2021. 8.17.불날. 오후 두어 차례 살짝 흩뿌린 비 옥영경 2021-08-29 363
684 2020.11.20.쇠날. 살짝 살짝 해 / 밝은 불을 확신하지 말 것 옥영경 2020-12-23 363
683 2020.10.11.해날. 흐릿 / 흙집 양변기 작업 시작 옥영경 2020-11-22 363
682 2024. 4. 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362
681 2023.12.30.흙날. 비 옥영경 2024-01-07 362
680 2022. 9. 9(쇠날)~12(달날). 대개 흐렸으나 한가위 보름달 보다 / 한가위 연휴 옥영경 2022-09-30 362
679 2022. 2.23.물날. 맑음 /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또한 각자가) 되었다 옥영경 2022-03-24 362
678 2021.11.21.해날. 흐림 옥영경 2021-12-24 362
677 2021. 7.10.흙날. 해 끝에 30분 소나기 / 보이스피싱 옥영경 2021-08-06 362
676 2021. 6.30.물날. 소나기 한 차례 옥영경 2021-07-26 362
675 5월 빈들모임(5.28~30) 갈무리글 옥영경 2021-06-30 36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