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슨 햇살!

(하늘이정말 이리 편애해도 되는가 싶을 만치.

샘들이 들어오는 날이라고.

윤호샘이랑 습이들 산책부터 시켜주다.

한주 내내 운동장에서 아이들 신나게 뛰는 걸 보며 속이 상할 그들을 위해.

이제 그것들이 눈치도 생겨,

아하사람들이 오는구나우리 주인이 바쁘겠군그런 것도 아는.

주인이 보이면 빨리 와보라고 부르는 그들인데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니 두어 차례 짖다가 말더라.

 

낮밥을 준비하다계자 샘들이 먹을 첫 끼.

지난 청소년계자에서 바지락을 넣은 두부두루치기를 흔흔해들 했다.

칼국수를 삶아 사리로 냈네.

혹 국수가 싫거나 밥이 먹고플 이도 생각해서 밥도 내다.

물꼬하면 잘 차린 집밥인데, 물꼬에서 하는 유명밥집이 됐다고.

 

물꼬 한 바퀴’.

아는 샘들이라도 늘 이곳에서 상주하는 게 아니니 또 처음처럼,

아이였던 이는 그들이 한 활동의 의미를 이제야 듣는,

처음 온 샘들은 물꼬의 공간과 생각을 이해하는 시간.

왔는데도 새로 알게 된 공간이 있고,

어릴 때와는 다른 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내 지내는 공간 '일과 예술과 명상을 통한 교육'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새겨보는.

모두가 그리 살자는 주장이 아니라

생각한 대로 정말 그리 살아보는(다양함으로),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제안 같은 거.

끊임없이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을 외치며.

늘 긴장하며 살 수는 없지만 순간이 모여 내 생이 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정성스럽게 살기.

아이들과 그런 거 나누고 싶어한다.

 

아이들맞이 청소.

청소의 핵심은 구석진 곳후미진 곳.

날은 춥고걸레질이 쉽지 않았을.

그래도 작전을 잘 짜서 움직임들이 좋았다.

애정이 생기더란다.

구석구석 애정을 쏟으며 귀한 마음을 들더라,

(어릴 때)맨날 놀러만 왔는데 샘들이 이렇게 뒤에서 고생하고 있었구나,

내가 직접 닦고 정이 들고 기분이 좋았다지.

새끼일꾼 민교 형님어디 가나 막내였던 그는 이제 아이들을 맞아 그들 앞에 선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교사 미리모임'.

물꼬 13년차인 특수교사 휘령샘에서부터

초등 2년에 와서 곧 군대를 가는 윤호샘,

물꼬 4년차에 겨울 물꼬를 보러 온 근영샘,

물꼬 아이였고 20대 중반이 돼 돌아온 지인샘,

지인샘과 인문학공부를 하며 물꼬에 첫발을 디딘 희지샘,

현택샘과 근영샘의 후배로 물꼬 첫걸음한 홍주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이 멧골에서 9학년 나이까지 자란 하다샘,

새끼일꾼 대표 민교형님, 그리고 2003년 10월부터 물꼬를 지키는 학교아저씨가 있었다.

첫째마당은 차를 달이다보이차를 냈다.

수를 놓은 다건을 하나씩 깔고다식을 놓고 차를 놓고.

대접 받아 마땅한 그들이라.

계자가 돌아가는 순간 이런 여유가 없을 겁니다.”


첫째마당은 안전교육; 

화재 지진 때 동선외상 사고 때 움직임,

발열 시 격리와 진단키트 검사며.

소화기 위치와 그것을 쓰는 법, 교무실 전화기 위치(우리 모두 손전화를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니)를 확인하다.

둘째마당은 계자 속틀 짜기.

물론 이건 샘들 생각,

아이들이 들어오면 그들의 의견이 또한 반영될 것이다.

셋째마당계자 아이들이 쓸 바구니며 신발장이며 선반이며 이름을 붙이고,

4B연필을 깎는 거며 아이들이 쓸 문구들이 있는 교무실 곳간 정리.

 

"처음 왔는데 늦게 오신 분들(물꼬 한 바퀴에 함께하지 못한)에게

저희가 오늘 설명이 조금 불충분해서 당황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꼬에서는 모르는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위에 물어보고 도움도 쉽게 받을 수 있구요자기 재량도 많이 부릴 수 있습니다.

오늘 미리모임 하면서

여기에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주먹구구기인 부분도 있지요.

세상의 대부분은 시스템과 관료가이드라인으로 돌아갑니다. (사실은 책임지지 않기 위함이 큽니다.)

세상에 좋은 의지로 돌아가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꼬는 그런 곳입니다. 거의 사람들의 좋은 의지만으로 굴러갑니다지금 낸 마음을 끝까지 함께 가져가봅시다."

갈무리에서 하다샘이 말했다.

 

, 밤 1시가 지나고,

2시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밥바라지가 따로 있는 계자가 아니어도 다른 때보다 걸음이 재다.

전체로 진행할 일은 샘들한테 아주 다 넘긴 게 아니어.

아무래도 해건지기나 안내모임과 큰모임은 아직 내가 맡은.

 

기적!

이 자본의 시대에, 바쁘지 않은 이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 이리 모여,

그것도 이토록 원시적인 곳에서 매서운 추위에 맞서며,

누가 시킨다한들 하겠는가.

교장에서부터 아무도 임금을 받지 않는다.

기꺼이 마음을 낸 이들이 움직이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늘 하면서도 놀랍다.

물꼬는 올 겨울도 계자를 하고 있다.

 

지금 새벽 4시가 다가오고,

아궁이불을 맡은 학교아저씨는 아침 7시까지 불을 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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