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아이들 풍경...

조회 수 925 추천 수 0 2004.04.15 11:36:00
물꼬아이들의 풍경...

아침 해건지기시작(어른들)이 이른 여섯시.
마음모으기로 백팔배와 명상등을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킵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지 않았던 아이들 몇몇은 이불아래 뜨뜻함과 꼭 쥐고 있는
이불을 벗기려는 장난꾸러기 녀석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툭툭 털고 일어난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요가를 할 준비가 되면,
어른(밥알모임)은 식당에서 아침 때건지기를 준비합니다.
아침 때건지기가 끝나면 하늘,바다,땅 모듬중의 한패들이
나누거나 시키지 않아도 저들이 역할을 나눠 설거지에 돌입합니다.
각자 챙겨들은 어른용 앞치마와 고무장갑의 불편함에도 아랑곳 않고
정말 부지런히들 설거지를 합니다.
마지막 마무리로 행주를 빨아서 널고, 고무장갑도 거꾸로 매달아 빨래집게로
걸어 놓으면 아침 설거지 끝.

이른 아홉시가 되면 수업이 시작됩니다.
샘들과 밥알모임은 각자 맡은 일을 하구요. 아이들은 이제
우리동네 지도를 그리러 온 마을을 돌면서 산에서 구르기도하고,
동네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초대된(?) 어르신 집에서는
찰떡을 얻어 먹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맛나게들 먹었던지,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굶기냐고 심각하게 물으셨답니다.^^
동네 한바퀴를 하고 돌아와 물한모금 마시고, 숨한번 고르고
갈무리를 합니다.

갈무리가 끝나면 점심 때를 건지러 가마솥방으로 우르르 몰려 옵니다.
진짜 진짜 맛나게들 먹습니다.
두시까지 설거지를 하는 패들은 빼고 나머지 아이들은 또 부른 배를 꺼치려
땡볕에 운동장을 굴러다니고, 책방으로 스며들어가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늦은 두시가 되면 호미자루 하나씩들고 포도밭으로 향합니다
김매러간 아이들이지만, 딴 맘 먹은 몇몇은 냇가로 혹은 논으로
조용히 빠져 지들 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늦은 세시경엔 기어이 새참을 내놓으라 합니다.
벌써 가마솥방으로 가지러 오는 녀석들도 있구요.
밥알모임은 저녁준비와 함께 새참을 준비합니다.
김치부침개, 솔잎효소, 바나나로 내놓은 새참은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집니다.
이틀째 계속되던 김매기가 끝나고, 유기질 비료를 온 포도밭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독한냄새(?)가 나는 유기질 비료를 코 찡그리는 녀석들 없이 참 부지런히들
날랐다 합니다.
포도밭에서 돌아온 아이들 조금은 지친 모습으로 돌아와 갈무리를 하고나면
저녁 때를 건지러 또 우르르 몰려듭니다.
몸은 힘들어도 여전히 설거지는 재미있나 봅니다.
빠진 모듬패들을 불러모아 저녁 설거지를 끝내면
머리를 감으러 떠나는 패들과 이부터 닦는 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씻지 않으려고 숨어다니는 몇몇도 빠질 수 없지요.
하지만 잠자기 전까지는 모두 씻습니다.

늦은 일곱시에 시작하려던 한데모임은 아직은 들쭉 날쭉 .
한데모임(어른과 아이들)에서는 하루재기를 합니다.
누가누구를 괴롭힌 이야기부터, 포도밭에서의 일의 양에 대한 (놀러간 아이들과 열심히 일을 한 아이들) 부당함, 꼭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이 시간에 다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가 절충을 하고 해결합니다.
한데모임에서 논의된 일에 대해서는 다음날 아이들이 지키려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데모임이 끝나면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을 챙겨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밥알모임은 이제 책방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두권 정도 챙깁니다.
아이들이 누울 자리가 마련되면 책을 읽어 줍니다.
바로 잠이 드는 아이들,책을 더 읽어 달라는 아이들, 불을 꺼도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드는 아이들.
모두 모두 샘들과 밥알모임의 뽀뽀를 받으며 꿈나라로...

늦은 열시경 어른들의 한데모임이 있습니다.
하루재기를 하면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자리에 없더라고
하루가 어떻게 굴러갔었는지 훤히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서로의 마음을 내어놓고 돌아보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
그러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관계의 흐름속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한데모임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새벽 몇시가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낮까지 지내다 돌아왔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념, 세상살이의 번잡스러움에서 떨어져나와
온몸으로 물꼬에서 살고 왔습니다.
앞으로 물꼬의 샘들이 아이들과 살아야 하는 과정들을 미리 들여다 보고 온 것이지요.
아이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거기에 세상 어디에 내어 놓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교육까지...
가슴이 저려 옵니다.
다른 부모님들도 귀한 시간 내셔서 아이들과 물꼬에서 살아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은 공간에서만 보아오던 내 아이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과,
한데모임의 크나큰 마음공부며,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연습들...
아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그게 바로 세상의 축소판이고, 제 모습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더군요.










백경아

2004.04.15 00:00:00
*.155.246.137

아이들 사는 모습 KBS 제3지대 촬영팀이 찍고 있는거 다들 아시죠?
우리 아이들 카메라 들이대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관심이 없는 건지)^^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들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령빠

2004.04.15 00:00:00
*.155.246.137

백경아님 애셨습니다.
전 아이들을 믿기 때문에 잘하리라,,,,,
샘들도 더 많은 고생을 하시는 것이,,,,
전 옥샘의 글인줄 알랐다 아임니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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